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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국제산악영화제인 '2018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닷새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도전(New Journey)'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올해 영화제는 산악 문화와 영화의 진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 41개국에서 출품한 139편 영화가 알피니즘(전문 산악), 클라이밍(전문 등반), 모험과 탐험(탐험과 여행, 산악스포츠) 등 7개 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됐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특별전과 부대행사가 진행돼 영화를 감상하는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제 측은 세계 주요 산맥에 자리한 국가의 산악문화와 삶의 양식을 소개하는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하고, 올해 첫 번째 순서로 '히말라야-네팔 특별전'을 선보였다.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 남사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고봉이 모인 지역으로 모든 산악인의 성지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네팔인들이 연출한 6편의 장·단편영화가 상영됐고, 히말라야 관련 VR 체험과 사진전 등 각종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이밖에 세계 대표 여성 산악인을 조명한 영화 13편을 선보인 '울주 비전', 소설가 김훈이나 시인 정호승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연에서 이야기하다', 영화 관람과 인기가수 공연을 함께 즐기는 '자연에서 노래하다' 등이 방문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불과 3회째인 산악영화제가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낸 것은 그동안 영화제에 모든 것을 쏟은 관계자들의 노고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울산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부상한 울주산악영화제의 반향은 예사롭지 않다. 영화제 사무국은 세계 유일의 영화제 지향했고 정체성 강화 및 위상 제고, 국제행사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등을 기치로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영화제를 위해 전문 영화인이나 산악인뿐만 아니라 산을 좋아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인도 영화를 만들어 동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당찬 계획도 현실화 시켜 나갔다. 영화 상영 이외에도 포럼이나 워크숍, 패널 토크 등의 이벤트를 확대해 산악영화에 대한 관심과 제작 분위기 등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산악영화제는 1,000m 이상의 고봉 7개를 일컫는 '영남알프스'를 브랜드화해 울주를 '명품도시'의 이미지로 띄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3차례 영화제에서 20여 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국내 유일의 국제산악영화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도 큰 성가다. 

울주 산악영화제의 특징은 무엇보다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가족 드라마, 환경 다큐멘터리, 유쾌한 산악영화를 패밀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선정했던 일도 있다. 이처럼 대중적인 작품을 확대 편성한 것은 해마다 더 확대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이다. 지리적인 특징과 장소성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주말을 맞아 가을의 정취와 영화제 체험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산악영화제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울산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울산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전문 산악영화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화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추후 대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악 전문 영화제라는 이유로 일부 국내외 산악 애호가들의 관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일반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영화제의 문턱을 좀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축제 관계자는 "영화제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장을 찾아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산악영화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남알프스의 자연환경을 활용하거나 대중적인 콘텐츠들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인프라다. 산악영화제라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상영공간이 제한적이다. 더구나 영화제가 열리는 일대는 러브호텔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요상한 모양의 숙박시설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웰컴센터 인근은 러브호텔 집성촌으로 방문객들이 숙박과 관람을 즐기기에는 제약이 많다. 상영공간이나 숙박시설 등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떤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부끄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그저 영화제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시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발길을 잡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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