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랑으로 거듭난 태화강 100리길
울산의 자랑으로 거듭난 태화강 100리길
  • 울산신문
  • 승인 2018.09.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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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태화강 일원에서 '태화강 100리길 걷기대회'가 열린다. 태화강 100리길 중간지점인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 일대다. 햇살과 바람, 은빛 갈대가 반짝이는 가을 강변을 벗삼아 가뿐히 떠나는 트레킹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삶에 힐링과 여유를 선사한다. 이번 걷기 코스의 시작점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범서생활체육공원이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몸을 푼 뒤 걷기를 시작한다. 구 점촌교와 점촌교, 선바위교, 구영교로 이어지는 이번 코스는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변화상을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태화강 100리길 1구간과 2구간이 접하고 있는 이 코스는 한 구간 당 길이만 총 15km(소요시간 5시간)나 되는 1·2구간의 매력을 2시간(성인 기준) 정도 길이로 집약했다. 구 점촌교로 가려면 도로 갓길을 지나 산책로로 들어가야 하는데, 한적한 시간대다 보니 지나가는 차량이 얼마 없다. 가뿐한 마음으로 들어선 산책로에는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각종 풀꽃, 무성한 잡초들이 자라 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무심해지기 마련인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다 어느 날 문득 가슴이 짠해지는 것처럼, 태화강을 따라 이 땅에 탯줄 걸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새삼 애틋하게 느껴진다. 강둑을 따라 짙은 녹음과 중간중간 가을볕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두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지산에서 시작된 태화강은 고헌산과 신불산, 간월산에서 흐르는 물이 언양에서 합쳐져 동으로 흘러 돈다. 강물은 대곡천 물을 합쳐 북으로 흐르는 듯 동류해 범서 망성에 이른다. 옛날 신라 때 왕이 거행한 재에서 남루한 천인으로 희롱당한 한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오다 그 스님이 영축산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일화가 서린 곳이다. 

당시 왕인 경순왕은 그가 문수보살임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뜻에서 '망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강물은 여기에서 국수봉에서 흐르는 중리천을 합쳐 동남으로 돌아 층암절벽의 높은 벼랑을 받아 남으로 흐른다. 그리고 바로 이 곳, 백룡담에 당도한다. 이 곳엔 검은 듯 푸른 수면에 산인가 바위인가 하늘에 솟은 층암, 깊은 수면 위로 초록색 물빛이 감도는 바위 그림자가 투명 확연하게 비치는데, 이곳이 바로 선바위다.

선바위는 백룡(白龍)이 살았다는 태화강 중상류 백룡담 푸른 물 속에 있는 기암괴석이다. 깎아지른 듯 우뚝 '서 있는 바위'(立石)란 뜻이다. 최근 태화강 수질이 맑아지면서 여름철엔 도심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바위를 마주보는 벼랑 위에는 학성이씨의 정자인 용암정(龍岩亭)과 선암사(仙岩寺)가 있다. 선바위 앞으로는 태화강 발원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강물은 아래쪽 보에 이르러 조금씩 수심이 얕아진다. 보 아래 드리워진 얕은 그늘 아래에는 오리며 백로, 왜가리 몇 마리가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풍경이다. 

선바위교를 지나면 곧바로 마주치는 수십미터 가량 이어진 대숲. 선선한 오후 가을바람이 대숲을 훑을 때마다 댓잎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직은 잎에 물기가 차 올라 있는 댓잎이라 그런지 그 소리가 서걱대기 보단 살포시 바람에 눕는 소리마냥 부드럽다. 대숲길을 지나 다시 구영교를 향해 걷다보면, 어느 새 오늘 트레킹의 도착점인 범서생활체육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나절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어느덧 보다 가뿐해진 몸과 마음이 느껴진다.

'태화강 100리길'은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길은 지난 2010년부터 울산신문이 '스토리텔링 걷기 코스'로 개발한 코스에 울산시가 전체 구간을 조성해 완성됐다. 이 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등록된 탐방로를 대상으로 한 '지자체 걷기여행길 활성화 공모사업'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아 해마다 인프라를 확충해 왔다. 태화강을 주 테마로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길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 결과물이다. 

신라 천년의 문화 루트였던 울산은 태화강이라는 특별한 강이 있다. 이 곳 상류지역인 대곡천 일대는 말 그대로 역사와 문화의 원류다. 신라인의 유토피아였던 대곡천은 그 경치가 수려하고 골짜기마다 웅온한 기상이 서려 흔히 '백련구곡'이라 불린다. 조선시대 진사를 지낸 경주 출신 최남복이 지금은 수몰된 대곡천 상류에 백련서사를 지어 후학을 가르쳤다. 그 때 최남복이 지은 백련구곡가가 대곡천을 따라 오늘에 까지 흐르고 있다. 

화랑의 정신세계가 산하에 서려 오묘한 기운을 뻗친 곳이 대곡천의 출발점이라면 그 상류에 발복의 문양으로 축원하던 제단이 천전리 각석이고 그 물길 헤쳐 사연댐과 만나는 지점이 반구대다. 태화강 100리길은 명촌교에서 태화강 대공원~베리끝~선바위~사연댐~반구대 암각화~천전리각석~대곡댐~백운산 탑골샘 발원지까지 약 40㎞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대한민국 선사문화 1번지인 '선사문화길'이 있다. 이 길을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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