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해소는 법보다 자치규율로"
"노사갈등 해소는 법보다 자치규율로"
  • 하주화
  • 승인 2018.09.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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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상의, 노사문화 개선방안 모색
독일 선진노사 전문가 초청 세미나
단협 시스템화 등 성공 사례 소개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는 13일 울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울산지역 기업체 임직원 및 노조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울산형 상생모델 개발을 위한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는 13일 울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울산지역 기업체 임직원 및 노조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울산형 상생모델 개발을 위한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경기 악화에 따른 일자리 잠식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 지속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관련법에 의존하지 않고 '노사 자치에 의한 규율'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이같은 자치 매커니즘 속에서 이해관계의 대립을 노사 스스로 인정하고 협력과 갈등의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됐다.

# 한국-독일 노사관계 심층 비교분석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는 13일 롯데호텔 울산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기업체 임직원 및 노조 관계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독일 선진 노사전문가를 초빙해 양국의 노사관계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울산의 노사문화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유럽 노사관계의 대표 격인 독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을 주제로 한 주제 발표에서 슈미트 소장은 "독일의 사업장 내에는 노동조합과 사업장평의회가 공존하고, 사업장에서의 노동관계와 단체협약 상의 관계가 공존한다"며 "때문에 일반적 이해와 특수 이해가 병존하면서 협력 능력과 갈등 능력이 함께 작용하는 이원적 성격을 띠고 있고, 이를 잘 아는 독일노사가 역사적 타협에 기반한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 통합의 성공 모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독일이 시스템화시킨 단체협약의 특성에 대해 성공적인 노사관계를 뒷받침하는 본보기로 들었다. 슈미트 교수는 "독일은 대부분 강력한 대표성을 바탕으로 산별 노조와 사용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이 이루어지는데, 일단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해당되는 모든 산업과 직종에 적용된다"며 "사용자와 노조 대부분이 단체협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별 협상에 의한 소모적 비용을 줄이고 근로여건 개선은 물론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피력했다.

또 "독일의 임금 체계는 직무 가치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되는 기본급과 성과에 따른 능률급, 업무 부담 정도에 따른 추가 수당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직무 가치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평가표에 의해 차등 적용되는데 등급에 따라서 임금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교수는 이 과정을 거쳐 독일의 임금불평등 문제가 자연스럽게 개선됐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그는 "독일도 이전에는 학력의 수준, 사무직·생산직, 대기업·중소기업으로 구분된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2002년 신임금기본협약(ERA) 체결과 함께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직무급 형태로 발전했다"며 "결과론적으로 이는 노사가 만든 세분화된 기준에 의해 임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일의 가치를 더 존중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노조가 평화적으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구조개편 보다는 서로 간의 양보와 배려가 더 중요하며 노사 간 갈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의 전제는 이해 관계의 대립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 노-사 대표 패널 4명 지정토론도
주제 발표에 이어 독일의 노사관계 안착 사례에 비춰본 울산의 노동지형에 대해 4명의 토론자가 의견을 나누는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정준금 울산대 교수의 진행으로 벌어진 토론에서는 노와 사를 대표하는 패널들이 현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근로자를 대표해 참석한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위해서는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자본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한다"며 "이를 통해 노동계에 신뢰와 믿음을 주고 총고용을 보장한 뒤 노조에게 경쟁력 향상에 함께 노력하자는 노사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은 파업 요건이 용이하고 파업 시 사용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파업 찬성률을 현행 1/2에서 2/3 또는 3/4로 강화하거나,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또는 직장점거 금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자동차 산업 특성을 감안한 3~4년 단위의 고용·임금 패키지 협약방안과 생산성을 반영한 성과형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한 파견허용 대상 범위 확대 등도 함께 제안했다.

노사간 토론이 절정으로 치닫자 노동정책은 경제정책과 함께 동전의 양면을 이루기 때문에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 존중 이념 하에 기업의 지급 능력과 경쟁력을 도외시한다면 지역경제사회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노동개혁의 핵심은 60년도 더 된 전근대적인 근로기준 제도를 현대화하는 것이다"라며 "법률은 직접적 개입을 자제하고 노사 자치에 의한 규율가능성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연성 체계가 확립됐지만 한국의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활용 외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 개발이 미흡했고, 기능적 유연성을 일터 혁신과 연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노동계에도 더 이상 유연성과 생산성을 금기어처럼 생각하지 말고 상생을 위해 노동계는 유연성, 경영계는 안전성, 정부는 안전성과 세제 혜택, 훈련 확충 등을 서로 양보하고 제공할 때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영도 상의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울산경제 재도약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노사 간 상생 협력과 노동시장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오늘 독일의 협력적 노사문화 사례를 통해 울산의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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