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불법 포획과 유통을 막을 수 있는 고래 유통증명서 발급과 DNA 채취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산지검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공동으로 13일 울산대학교에서 개최한 '제1회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에서 울산지검 소속 이한울 검사는 이 같이 밝혔다.
이 검사는 '고래류 DNA 채취, 감정 및 유통증명서 발급 현황 및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현행 법체계는 고래의 포획은 금지하고 처벌하되 혼획·좌초·표류된 고래는 일정한 절차와 통제하에 유통을 허용하는 이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검사는 "현실적으로 포획 현장 적발은 어렵기 때문에 이 법체계가 실효성과 타당성을 가지려면 유통된 고래고기가 포획된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사후 입증 방법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현행법은 혼획·좌초·표류된 고래에 대해 유통증명서와 DNA식별을 통해 고래를 구별하는데 많은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래 유통과정에서 유통증명서를 발급하고 DNA 시료 채취 및 데이터베이스(DB) 관리는 2011년 시행된 해양수산부의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검사는 유통증명서와 관련 "유통되는 고래 1마리당 1건의 유통증명서가 발행된다. 그러나 이후 고래가 수백 상자로 해체돼 유통되는 과정에서 상자에 별도 표식을 하지 않는다"며 "또 유통증명서에 거래내역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본만을 교부하거나 유통증명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유통증명서가 없다고 해서 바로 불법으로 취득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검사는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고기에 대한 DNA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래 DNA를 관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 중 63%만 보존되어 있다.
이 검사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고래의 경우에도 37% 정도는 DNA를 분석하더라도 고래연구센터의 DNA 자료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합법적인 고래와 불법 고래를 구별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유통되는 고래 고기의 DNA가 100% 확보 보존되어야만 불법 포획의 직접적인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검사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에 대한 DNA 자료는 불완전성으로 인해 증거법적 증명력이 상실된다. 이는 고래의 보존과 유통을 동시에 보장하려는 현행 법체계에 큰 허점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근절되지 않는 고래 고기 불법 포획과 유통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마련됐다.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울산해양경찰서, 울산시 등 정부기관뿐 아니라 학계, 연구기관, 지역 단체 등과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 등 고래 고기 유통 금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조창훈기자 usjch@
- 기자명 조창훈
- 입력 2018.09.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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