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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는다. 성경 이야기가 아니다.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훈육 첫 테마다. 거짓말 하지마라. 이 훈육의 문장에는 부모의 경험치가 실렸다.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가 없기에 밥상머리 첫 테마가 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거짓이 아니라 그로인한 후폭풍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거짓과 그로 인한 거짓은 기하급수적이다. 눈덩이가 아닌 산더미로 커져 자신을 누르고 주변까지 짓뭉갠다. 그 여파를 알기에 밥상머리 첫 교육은 거짓에 대한 경계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거짓 공방이 줄을 잇고 있다. 참담한 상황이다. 청렴으로 무장한 듯 남의 뒷담화를 캐던 후보자들이 줄줄이 법망을 피한 과거사로 엮였다. 위장전입은 기본이다. 헌법재판관 후보부터 교육수장에 오르려는 인물까지 한결같다. 헌법재판관이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빠져나갈 구멍도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에게 위장전입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위장전입을 캐묻는 이들이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문 정부 첫 내각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고 그 때 무슨 커트라인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커트라인에도 걸린다고 입방아에 오르니 여론이고 뭐고 꼭 써야할 귀중한 인물인 모양이다.  

문제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이다.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은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보여줬다. '쪽팔림'의 결정판이라는 이야기다. 김기영 후보자는 충남 논산에 거주하다 첫째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인 2001년 배우자와 장남만 서울 종로 평창동 소재 주택으로 위장전입하고 19일 뒤에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도 대전에 거주하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로 전입한 뒤 8일 후에 다시 대전으로 거주지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가 몰랐던 부분도 있고 처(아내)가 한 부분도 있지만,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마누라가 한 짓이니 살펴달라는 이야기다. 

이은애 후보자의 경우 1991년 10월 마포구 빌라로 위장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92년 8월 서초구로 이사하면서 마포구 빌라로 주민등록 잔류, 1993년 11월 마포구 모친 지인의 집으로 위장전입 등 7∼8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법관 업무를 하고 자녀 3명을 양육하다 보니 친정 부모님께 상당 부분을 의존했고,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저의 주민등록을 관리했다"면서도 "(주민등록 이전으로) 사적인 이득을 취한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친정 엄마가 욕심을 부려 생긴 일이니 난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다.

교육부의 수장이 되겠다는 유은혜 후보자도 다르지 않다. 1996년 10월∼1997년 4월 유 후보자는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거주했지만 주소는 중구 정동의 성공회 사제 사택이었다. 유 후보는 "딸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보육상 목적으로 이뤄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며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군으로의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덕수초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딸이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로 진학하게 하려 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딸의 위장전입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큰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그의 해명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조차 조롱거리가 된 상황이다.

의혹은 이뿐이 아니지만 일일이 거론하기 민망한 일까지 계속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부끄럽지만 이 땅의 엘리트 집단의 자화상이다. 청렴의 약수로 온몸을 씻어낸듯한 진보의 민낯이라 더 참담해 보인다. 문제는 스스로 이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굳이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부끄러움의 생방송에 나가야 했냐는 점이다. 스스로 깜냥을 안다면, 적어도 거울 한번쯤 보고 산다면, 우리시대의 지성인이라 자청하는 인사들이 이 정도까지 추악한 민낯을 보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망신의 끝판으로 가겠다는 의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아마도 권력 앞에 체면이나 과거 따위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후보에 올라 어찌어찌 검증을 통과한다면 다들 잊어버리지 않았느냐는 체험적 합습능력이 발휘되는 모양이다. 이들을 옹호하는 인사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장관이나 고위직을 하려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문화가 생길 수 있다는 변명도 서슴지 않는다. 난감한 이야기다. 이런 자들이 국회를 장악하고 권력의 정점에 있으니 정치의 신뢰회복은 요원하다.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이 무엇으로 돌아올지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는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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