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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알크마르는 치즈 하나로 연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시장이다. 특히 금요일마다 전통 치즈 경매를 재현하는 이벤트가 유명하다. 그랜드 바자르로 더 유명한 터키의 카파르 차쉬르시장, 새벽에 열리는 참치경매와 해체쇼를 보러 줄을 서는 일본 츠키지 수산시장 등 내로라하는 세계 유명시장들은 저마다의 특화 요소들을 축제와 연계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축제가 시장 홍보와 매출 증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맛과 멋, 즐거움의 향연! 전통시장에서 즐기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올해 전통시장 가을 축제 막이 올랐다. 지난 14일부터 10월 7일까지 25일간 열리는 가을축제에 전국 300여 곳의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참가한다. 울산에서도 문화관광형 등 11개 시장이 패션쇼와 요리대회, 가격할인 및 경품 등 다양한 자체 행사를 벌여 폭염으로 발길이 뜸했던 고객들을 불러모으고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통시장 가을축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소비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다. 2016년부터는 산업부 '블랙 프라이데이'(내수 촉진)와 문화부 '그랜드세일'(해외관광객 유치), 'K-Culture Fair'(한류확산) 등 3개 축제를 'Korea Sale Festa'로 통합해 개최하고 있다.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많은 홍보와 시장·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통시장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올해 울산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경기 부진과 폭염 피해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조선업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지역 전체를 불안감으로 뒤덮고 있고, 111년만의 기록적 폭염은 시장으로 향하던 발길을 막아 가뜩이나 어려운 전통시장에 설상가상 피해를 입혔다. 아직 공식 통계자료는 없지만, 서민경제 바로미터인 전통시장은 고객과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은 듯해 안타깝다.

이제 절기도 처서와 백로를 지나 완연한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통시장도 그간 움츠렸던 기세를 회복하고 활력을 되찾을 채비를 속속 완료하고 있다. 이즈음 전통시장 지원기관장 입장에서 시장 활성화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축제때 시장에 가서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체험하고 쇼핑도 하는 등의 즐거움을 누려보시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제수용품을 시장에서 싸게 구입하고, 덤으로 경품도 받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 않을까 싶다. 특히 조선업 위기로 그 어느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동구지역 시장에 들러서 축제를 즐기고 주변 관광도 하면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관공서, 대기업, 학교 등 기관에서도 시장과 결연을 맺고 장보기 행사와 식사 등을 한다면 전통시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전통시장도 상인회의 기획 역량을 높여 차별화된 축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을 붙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획일적 프로그램으로는 기껏 찾아온 고객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친절과 청결, 편리한 결제에 정을 덤으로 보태서 고객 발길을 붙들고 다시 찾도록 한다면 대형마트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아울러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안전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한다.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사례에서 보듯 전통시장은 낡은 건물과 복잡한 구조 등으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고 화재발생시 엄청난 피해를 가져 온다. 지자체, 소방서 등 기관과 함께 전기, 가스, 소방 등의 결함 요인을 정기 점검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안전의식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전기 배선 정비, 미승인 용품 사용 금지 등 자발적 노력을 상시화 하고, 화재발생시 신속한 초기 진압이 이뤄지도록 화재알림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화재발생시 피해복구와 생활안정 차원에서 화재공제 또는 화재보험 가입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는 화재공제 가입률이 50% 이하인 시장은 정부지원사업에서 선정 제외함으로써 정책적으로 가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사막은 메마른 땅 어딘가 물을 숨겨놓았기에 아름다운 법이다. 지금 전통시장이 견딜 수 있는 것은 내일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부디 서민경제 근간인 전통시장이 희망과 활력을 되찾도록 축제기간 많은 분이 시장을 방문해 맛과 멋,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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