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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사진)이 방북길에 오른 국내 재계 총수들을 뒤로하고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불투명한 남북경협 보다 현대차의 생사를 가늠할 관세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등 자동차 업계의 현안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6일 승진 이틀 만에 첫 대외 행보로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12일 오후 늦게 청와대로부터 방북 요청을 받고 일정 조율을 검토했지만 월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면담이 예정돼 있어 일정 변경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장은 미국의 관세폭탄을 막기 위한 행보다.
미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받거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기아차가 연간 영업이익과 비슷한 3조5,000억원 규모의 관세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미중간 무역분쟁에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중국시장 내 할인 경쟁이 치열해진 것 역시 정의선 부회장이 풀어가야할 숙제다.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1위인 장성기차는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베스트셀링카 하발을 2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다.
중국로컬 완성차업체들이 '무역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 할인공세에 나섰고, 현대·기아차 판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역시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AS 및 모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취소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한 차례 실패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총수일가 지분 30% 이상→20% 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응책 마련과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올 연말 대폭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내 6명의 부회장보다 높은 위치에서 그룹 전반을 지휘하게 된 만큼 인사를 통해 계열사 장악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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