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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첫날 일정 내내 김정숙 여사를 살뜰히 챙기며 '퍼스트레이디'의 면모를 보였다.

리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도착 환영식부터 이후 참관 일정까지 김 여사의 곁에서 함께하며 북한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처음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며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다시 각인시켰다.

이날 오전 리 여사는 등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순안공항 환영식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자리해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고 행사 중간에도 김 여사와 보폭을 맞춰 이동하며 지속해서 얘기를 나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남북정상회담 공식 환영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영식 내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리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이나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대화를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환영식을 마치고 도착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리 여사는 "최선을 다하느라 노력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으면 양해해 주십시오"라며 겸손한 인사로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고, 이에 김 여사가 "무슨 말씀을….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리 여사는 이 자리에서 "평양 시민을 다 오늘 보니까 되게 많이 기대하고…. 열렬히 환영하는 걸 느꼈습니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대화하면서도 리 여사와 김 여사가 서로 손을 잡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리 여사는 이어 별도 오찬 이후 첫날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여사의 옥류아동병원과 평양종합음악대학 참관 일정에 함께했다.

먼저 옥류아동병원 방문에서 리 여사는 김 여사의 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병원을둘러봤다.
리 여사는 김 여사로부터 참관에 동행한 가수 알리, 지코, 마술사 최현우 등을 소개받고는 알리에게는 "전에 한 번 오셨죠"라고 묻고, 최현우에게는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여줬다.

아이스하키 박종아 선수를 만나서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을 염두에 둔 듯 "온 겨레에 큰 감동을 소개했다"고 찬사를 보냈고, 현정화(49) 한국마사회 감독에게서는 "여성들이 남북관계에 앞장서고 있다"고도 했다.

음악대학 음악당으로 이동하면서는 김 여사가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이 맺혀지면 좋겠네요"라고 말하자 리 여사는 "저도 지금 하는 회담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도 피력했다.

리 여사의 이와 같은 적극적 활동은 북한이 '부부동반'이라는 정상외교의 일반적인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정상국가화의 길을 추구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인의 공식 활동을 중시하지 않았던 부친·조부와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부부 동반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리 여사는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길에 동행해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등 활동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미미했고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모습조차 잘 보이지 않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던 만큼, 리 여사의 적극적 활동을 통해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공동취재단 김잠출기자 usm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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