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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대표축제는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성과 정체성이 담보돼야 하고 주민 호응과 참여 그리고 전통과 예산 등이 어우러질 때 대표축제로서 승화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미래를 드러내보이는 상징성과 그 지역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태화강 대공원에서 '제52회 처용문화제'가 개최된다. 이제 처용문화제는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의 희망과 도약을 기약하면서 지난해부터 월드뮤직페스티벌과 분리해 개최됐다. 이로 인해 처용문화제는 전통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축제의 정체성 접근 시도에는 호평을 받았으며 장소도 폐쇄된 공간보다 자연과 어우러진 태화강 지방정원에서 개최됨에 따라 시민들 호응도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 대표축제는 1967년 울산공업축제로 시작해 20회까지 많은 기업과 시민들의 사랑과 참여 덕분으로 성황을 이루었고 시민 결속과 화합을 이끌어 내는 축제였다. 그러나 시대 변천에 따라 산업의 역기능인 공해, 환경 문제와 노동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시민축제로 명칭을 바꿔 이어오다가 1991년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조언으로 울산의 대표 축제가 처용문화제로 바뀌어 현재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용문화제는 신라 49대 헌강왕 때 기인의 이야기로 처용설화를 배경으로 열리는 문화축제다. 울산 남구 개운포와 처용암, 울주군 청량면 망해사는 처용설화의 발상지이며 처용설화에 나오는 처용가와 처용무 유산들은 울산만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대표 문화유산이다. 또한 처용 관련 논문이 300편이 넘었으며 처용무는 11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춤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 문화제로 등재돼 있다.
이러한 연유로 처용문화제가 울산시 대표축제로 선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처용문화제가 그동안 윤리적, 종교적 관점에서 시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예술적 가치가 높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인류가 보존할 무형문화유산이다. 처용문화제를 30년 가까이 이어온 역사성 그 자체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축제 때마다 재발되는 반목에서 탈피해 처용 정신인 관용의 정신, 인의 정신, 호연지기를 포용하는 시민대화합 축제로 거듭 나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콘텐츠 및 외연의 확장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의 개관적 사후 평가를 통해 처용문화제의 문제점, 질적 성장, 시민참여확대, 발전방안 등을 위해 냉철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축제는 예산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처용문화제가 울산광역시 대표축제임에도 예산은 구·군 지역 대표축제의 2 내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축제의 질적 성장, 미래지향적, 지속가능축제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예산증액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신문화가 쇠퇴하고 개인주의, 이기주의 팽배로 가치관의 혼란과 지역·세대 간 이견이 속출하고 있고 계층 간 위화감의 간극이 더 벌어져가며 그러한 것들로 각박한 사회로 변질돼 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때 처용정신인 관용의 정신, 인의 정신, 호연지기가 처용문화제로부터 점화돼 온누리에 울려퍼지는 대화합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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