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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변하는 교육개정과 정책들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입시 설명회를 진행하다보면 새로이 개정된 교육정책들을 이해하지 못한 학부모와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학교 및 학원 입시 담당자들조차 우왕좌왕하는 통이니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학생들만이라도 이 새로운 입시정책에 대한 해답을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쉼 없이 노력하고 있으나, 이것마저 해마다 바뀌니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한계는 공교육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리라 본다.

현재 학교에서는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2 때 배울 과목에 대한 설문조사와 과목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흥미 및 진로와의 상관관계, 학기별 연계성 등이 과목 선택의 주안점이 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정된 대입체제에 대한 무지 속에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과목선택이라는 주요 사안을 쉬운 과목 찾기, 인기 과목 투표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는 결코 학교의 잘못이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개정되는 교육정책과 제한된 교사 인력, 과중한 업무는 결국 선택권은 주었으나 이미 정해진 답으로 아이들을 몰고 가는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지방 일반고에서의 이런 한계는 거의 일상에 가깝다.

요즘 '문·이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회 위주로 배우는 학생도 이과형 수학을 배울 수 있고, 문과형 수학 과정을 선택한 학생도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정도의 정책일 뿐인데 마치 문이과의 경계가 없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

결국 이공계 상위권으로 진학하려면 이과만의 수학과목을 수강해야하는데 '문·이과 통합'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혼선만을 가중할 뿐이다. '공식적으로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교육과정' 정도로 언급해주는 것이 그나마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최근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의 핵심키워드는 '융합'이다. 정작 솔선을 보여야 할 교육 현장에서는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과의 이질감을 없애고 한계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교과목 선택, 융합교육은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아이들에게 'STEAM 쫓다가 steam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나 들으려고 자유학기제, STEAM 같은 새로운 교육과정들을 만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입시제대도 마찬가지다.

왜 붙고,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으면 객관성이 떨어지고 결국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진다. 투명하고 신뢰성 높은 입시제도가 형성된다면 불안감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고 있는 사교육비 역시 자연 경감될 것이다. 또한 세상은 그대로인데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이기적인 정치도 내려놓길 바란다.

그런 황당한 소리를 할 시간이 있으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도 어떠한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 해안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된다면 사교육은 억제가 아니라 안정화될 것이며 공교육의 충실한 보조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敎育)'이다. 공무원이 아니라 일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현실에서 존중하고 존중받을 현실정인 정책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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