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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일당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합의서를 받고 있다.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실제 피해 규모와 처벌 수위가 대폭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울산기획부동산 사기사건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기획부동산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땅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기획부동산 일당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울산에서 부동산 법인 3개를 운영하며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제주도 땅을 개발이 될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챈 사건이다.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는 434명이며, 피해 금액은 221억원에 달하며, 현재 경찰은 다른 땅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부동산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건의 규모가 피해자 1,000여 명에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구속되지 않았거나 보석으로 풀려난 기획부동산 관계자들이 합의서 작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제주도 땅 1필지뿐 아니라, 추가로 경찰이 수사 중인 또 다른 6필지의 땅을 산 피해자들이 대상이다.

한 피해자는 "기획부동산 측은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이 아니면 개발을 하지 못한다며 문제 제기없이 재판까지 기다려 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회유하고 있다"며 "돈을 돌려 주지 않고 합의서를 받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자기 땅의 포기 각서를 쓰라는 것으로 사실상 협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족들 몰래 문제의 땅을 산 사람들이 많아 말도 안 되는 기획부동산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피해자들이 상당수다. 모임에 나오지 않겠다는 피해자들도 점점 늘고 있고, 훨씬 많은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유 당해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법적으로 합의서 작성을 막을 방법이 없어 이 사건이 기획부동산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지역 법조계 관계는 "사기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로 볼 수 있다"며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합의서가 기획부동산 관계자의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가 아닌 추후 피해금액을 돌려주겠다는 합의를 속칭 '외상합의'라고 한다. 외상 합의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합의서 자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부동산측에 유리하게 작용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오는 18일 울산지법에서 예정된 기획부동산 사건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고, 경찰도 신속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피해자는 "기획부동산의 거짓말에 속아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과 경찰의 역할이 심각한 사기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개발이 가능하다고 믿고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상당수 있다"며 "추가 수사는 최대한 빨리 진행 중이다. 이달 말에는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이고, 자금 집행 내역까지 분석하더라도 다음달 초까지는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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