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살에 이룬 할머니의 꿈을 응원합니다
72살에 이룬 할머니의 꿈을 응원합니다
  • 울산신문
  • 승인 2018.10.07 2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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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순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교사

필자는 8년째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하다 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지난 2015년 한글교실로 한 할머니가 쭈뼛쭈뼛 찾아 오셨습니다. 한글을 배우고 싶다 하셨지요. 그때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3년째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최남기 할머니는 딸의 권유로 한글교실을 찾아 왔습니다. 평소에 늘 배움을 갈망하던 어머니였기에 딸은 한글교실 수업을 적극 권유했고, 드디어 할머니가 처음 동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시더니 몇 달이 지나자 금세 모범생의 면모를 보이셨죠. 할머니는 딸 내외의 맞벌이로 외손자와 손녀를 돌보기 위해 딸의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글을 배우면서 손자, 손녀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그런 이유로 한글 공부에 더욱 열정을 쏟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에 정말 행복해 했고, 한글교실을 권유해 준 딸에게도 늘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지금은 국가평생교육원에서 발간한 교과서 1·2단계를 마치고, 3단계 교과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지난해와 올해 어린이집에서 동화책을 읽는 강사로 강단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렇게도 소망하고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기에 할머니의 감격은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고 학교를 보내지 않았던 부모님을 원망하며 학교 가는 친구들을 담장 뒤에 숨어 눈물 흘리며 지켜보던 어린 시절. "나도 한글을 배울 수 있을까?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까? 나도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쯤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할머니의 꿈은 72세의 늦은 나이에 이루어 졌습니다. 뒤늦게 꿈을 이룬 것을 기뻐하며 감격에 차 있던 할머니의 모습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의 강의 부탁을 받고 밤을 새우며 동화구연을 준비했습니다.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호응도 잘 해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내년에 또 어린이집에 초대받으면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더 멋진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입학 후 2016년과 2017년 울산평생교육시화전 대회에 참가해 2년 연속 수상했고, 성인문해 학습자 한글백일장에서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또 우리 동네 축제 행사장에서도 작품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요즘 어린 손자들에게 짧은 글씨로, 성인이 된 손자들과 형제, 자매, 가족들에게 편지쓰기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글을 몰랐을 때는 노후가 불안하고 외롭고 고독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알고 보니 글과 함께 할 것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남은 인생을 멋있게 살아갈 것입니다."

할머니는 요즘 이렇게 다짐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남기 할머니의 행복한 모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어 할머니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옮깁니다. 할머니는 오늘도 저와 함께 글을 쓰고 읽으며 행복한 노후를 꿈꾸고 있습니다. 최남기 할머니, 그리고 늦은 나이에도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모든 한글교실 수강생 어르신들, 늘 건강하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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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2018-10-08 06:35:04
여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늦게나마 한글교실을 통해서 큰 행복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해 돕고 계신 김말순 선생님의 열정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