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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모든 자전거 탑승자가 언제나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 법안은 자전거 이용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룬다. 대부분 짧은 시간 간편하게 이동하거나 여가시간을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집 앞에 슈퍼 갈 때도 헬멧을 쓰고 가야 하나", "공원 내에서 저속 운행하는데 헬멧이 왜 필요하냐"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 법 시행 하루만인 지난달 29일에는 자전거 이용자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민들의 자전거 헬멧 착용률은 저조하다. 지역 공영 자전거 대여소 3곳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위해 헬멧을 빌려가는 경우는 있지만 그마저도 드물고, 성인의 경우 이용자가 거의 없다고 했다.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의 경우에도 실제 헬멧 착용자는 단 3%에 그쳤다. 지난달 3일부터 한달간 서울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헬멧 착용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8%(2,537명)가 헬멧 착용에 반대했다.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와 경찰도 골머리다. 법상 자전거 안전모 미착용 시 처벌 규정 사항을 따로 두지 않아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매년 1만 3,000명 정도. 자전거 이용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이 어려운 법규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항보다는 법 내용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를 확보하는 등 인프라 구축과 환경 개선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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