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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사에 가면 이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 좌우로 이 나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절에서 이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무슨 나무일까요?

만리향(萬里香)입니다. 사람들은 이 나무의 꽃향기가 만리를 간다고 만리향이라 부릅니다. 이 나무가 학교정원에서 꽃을 피우는 10월이면 그 꽃향기는 온 교실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러나 만리향이란 나무는 없습니다. 이 나무가 바로 목서 중에서 금빛 꽃을 피우면서 향이 가장 강한 금목서(金木犀)입니다. 목서 종류로는 우리나라에는 금목서, 은목서, 구골목서, 박달목서 등이 있으며 그냥 목서라 함은 은목서를 이야기합니다.

목서(木犀). 이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木:나무목 犀:코뿔소 서. 코뿔소나무? 나무가 코뿔소처럼 생겼다? 의역하면 목서종류의 나무껍질이 코뿔소 가죽과 거의 비슷한데서 목서라는 이름이 나온 것입니다. 이제 목서를 만나면 그 수피를 잘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코뿔소 가죽이 생각날 것입니다.

목서(木犀)로 이왕 왔으니 조금 더 들어가 볼까요? 중국에서는 목서를 계화(桂花) 또는 계수(桂樹)라 부르고 꽃 색깔에 따라 金桂(금목서), 銀桂(은목서), 丹桂(홍목서)등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전설 속 달나라에 있다는 그 나무가 바로 목서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관광지인 계림(桂林)도 이 목서의 숲을 말합니다. 그 계림의 숲에 계화(桂花)가 만개하면 그 향기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그럼 윤극영의 "반달"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뭔가요? 여러분은 달나라에 살고 있는 계수나무를 어떤 나무로 상상하고 계신가요?

최근 아파트 조경 때 많이 심는 잎이 하트형으로 생기고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드는 그 계수나무를 생각하시나요? 이 나무는 일제 때 수입업자가 잘못 붙인 이름이 공식화된 것으로 달나라 전설 속의 계수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전설 속 달나라의 계수나무는 바로 목서입니다. 또한 돈나무를 만리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리향이 있다면 천리향도 있습니다. 천리향 아시죠. 저도 천리향이 나무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이 또한 나무 이름이 아닙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우리나라 이름(국명)으론 서향(瑞香)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에도 서향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조선의 선비들이 정향(丁香)나무와 많이 헷갈려했던 나무이기도 합니다. 강희안의 화목구품(花木九品)중 사품(四品)에 올라있는 꽃입니다.

서향은 상서로운 향기를 뜻하면서 복되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향기가 나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거제도, 군산 등의 바닷가 산기슭에서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정원에서 많이 키우는 나무이며 3, 4월 이름 봄에 꽃을 피우며 진한 향기가 납니다.

그럼 백리향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백리향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국명으로 등록되어 있는 꽃입니다. 백리향이란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간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리향은 꽃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향이 나며 한국의 희귀식물로서 취약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저가 강북청에서 키우던 꽃인데 최근엔 키우기 쉽고 번식도 잘되어 허브식물로 많이 재배합니다.

백리향이 있으니 당연히 십리향도 있어야 되겠지요. 있습니다. 우리는 사군자 중 난초를 십리향이라 부릅니다. 군자답게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를 냅니다. 칠리향과 오리향도 있습니다. 올 봄 해질녘에 제주 해안가를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어디선가 다정하고 은근한 향기가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바로 칠리향인 다정큼나무였습니다. 

오리향은 무슨 나무일까요?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에 향기가 있다고요? 확인을 하러 갔습니다. 꽃송이를 가져다 코에 대니 은은한 향기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꼭 화품이 높은 꽃이 아니어도 아카시나무, 밤나무 등 많은 식물들이 꽃향기를 냅니다. 사람들은 이 꽃향기를 즐기거나 유용하게 활용하며 때론 향기를 내는 식물을 음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물의 꽃향기는 그들에겐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향기는 번식을 위해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을 유혹합니다. 향기는 진할수록 좋고 멀리 갈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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