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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에 사는 한 지인이 아이를 출산했을 때 이야기다. 하루 만에 아이를 낳고 퇴원을 한 그는 병원에서 '햄버거'를 줬다고 했다. 요즘도 '삼칠일'이라며 최소 한 달여는 산후조리를 하고, 100일까진 미역국도 물리도록 먹는 우리나라와 참으로 다른 풍경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란 사실이 있다. 바로 아이를 태울 차량에 카시트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병원에서 아이를 집으로 퇴원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이나 행정 당국에서 카시트와 관련해 아무런 확인이나 단속을 하지 않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이었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많은 부모들이 카시트 사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를 법적인 의무 대상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안전벨트 매세요, 그것은 법입니다(Buckle Up, It's the law)'라는 문구를 혹시 본 적이 있는가? 교통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문구로, 안전벨트 착용을 법을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의무로 보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뒷좌석에 탄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아예 출발을 하지 않는 문화 역시 자연스럽다. 이러한 사실은 각종 통계 수치로도 알 수 있다. 독일, 일본, 호주는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이 90% 이상 높게 나타나는 반면 한국은 30% 안팎의 낮은 수치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가구 당 최소 한두 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교통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차량 보유량을 보이지만 그들에 비해 교통안전 의식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은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이 앞좌석에선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도 느낀다.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이 90% 이상 된다는 최근 통계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뒷좌석은 마치 특권처럼 안전벨트에서 자유롭다. 정말 뒷좌석은 안전벨트가 없어도 안전할까? 교통사고가 났을 때 치사율은 앞좌석이 2.8배, 뒷좌석은 3.7배로 오히려 뒷좌석이 더 높다.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앞좌석 운전자와 동승자를 충격해 사망할 확률이 7배 증가한다.

여전히 차량 뒷좌석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왜곡된 의식이 본인과 동승자 전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경찰은 위 내용처럼 교통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감소하겠다는 범정부적인 목표를 갖고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정착'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28일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모든 동승자가 좌석 안전띠를 매도록 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운전자에게 범칙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안전벨트 미착용 시 동승자에 따라 과태료가 구분된다. 안전벨트 미착용한 동승자가 성인이라면 3만 원, 13세 미만 어린이라면 6만 원이다. 특히 6세 미만 영유아는 카시트 등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해야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인정된다.

앞서 이 유아보호용 장구를 택시에까지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가 처음에 나와 엄마들 사이에서 탁상행정이라며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초반 법 시행이니만큼 보완돼야할 부분은 있지만 앞서 미국 등 해외에선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지 않으면 바로 단속 대상이 돼는 문화는 우리 역시 일상의 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안전벨트를 매는 것,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에게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속 대상이 되어서 안전띠 착용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키는 것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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