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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울산지방경찰청에서는 '매 맞는 공권력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경찰관이 주취자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 당하는 등 법·공권력 경시 풍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당시 토론회에서 주취자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는 동료 경찰관의 경험담을 듣고 필자 역시 불과 몇 년 전 지구대에서 근무할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

'공원에서 술 취한 남성이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남성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가슴을 주먹으로 맞았다.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가슴을 발로 차였다. 약 1개월 뒤 그 남성은 지구대로 찾아와 "술이 취해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올해 5월까지 울산지역에서 폭력 및 폭언 등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이는 129명으로, 이중 4명이 구속됐다. 2013년 362명(구속 10명), 2014년 442명(구속 43명), 2015년 355명(구속 28명), 2016년 476명(구속 33명), 지난해 310명(구속 10명) 등 매년 평균 380명에 이른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5년 간 발생한 지역 공무집행방해 전체 피의자 2,074명 중 주취자가 1,540명으로 약 74.3%에 달했다.

하지만 형법의 '원인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라는 이론을 이유로 주취자는 심신미약 감경처분으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사회적으로도 관용을 베풀어 주취폭력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사건을 살펴보면 주취 폭력문제는 경찰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5월 주취자 폭행으로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소방관 사건, 7월 응급실에 실려 온 술 취한 환자가 응급실 비품으로 의사 뒤통수를 내려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외 관공서 주취소란, 길거리 고성방가, 기물 손괴, 음식점내 소란 및 업무방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때문에 주취폭력 감경 폐지, 가중 처벌과 같은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으며 주취자에게 온정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주취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회와 정부 역시 주취자 폭행 처벌 강화에 공감했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술에 취해 흉기를 사용하거나 집단 폭력을 행사해 공무원 직무집행을 상습 방해하는 주취 폭력자를 가중처벌 하는 법안이 지난 9월에 발의됐고, 울산경찰청도 응급의료기관 내 주취 폭력범죄로부터 안전한 진료환경 보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으로는 병원 내 순찰활동 강화, 비상연락체계(핫라인) 구축으로 병원에서 주취 폭력이 발생할 경우 직통전화를 통해 지역 파출소에 연락하면 경찰이 즉각 출동해 사건을 처리한다.

또한 18일에는 울산경찰청에서 '주취폭력 근절대책' 토론회를 개최해 대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주취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취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실수나 술주정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 제정과 엄정한 집행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는 쉽지 않지만, 구성원들의 합의로 만들어 낸 법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개개인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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