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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협의회를 제안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본격적인 협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총파업 투쟁을 선언해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울산시에 중재를 요구해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이른바 '뒤통수'를 친다는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가 발행하는 중앙쟁대위 소식지는 11일부터 지단별 파업과 오는 17일과 18일 전 조합원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파업 이유는 사측의 교섭 해태와 기준미달 휴업, 표적 탄압 등이다.

# 지단별 부분파업 벌써 돌입
노조는 "사측은 지난 7월 24일 교섭장을 떠난 뒤 지금까지 교섭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수주와 일감 증가에도 또 다른 구조조정을 위한 기준미달 휴업수당 신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휴업의 40% 수당은 생존을 위협하는 강도질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의 현대중공업은 한 마디로 불법, 부당 행위의 종합선물세트"라며 "오늘부터 단행하는 지단별 파업과 17·18일 전 조합원 파업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우선 3·5일렉트릭 지단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단별 파업 집회 과정에서 오후 1시 노조원들이 본관 앞 사내 도로 양 방향을 모두 무단 점용하면서 출입 통행이 원할하지 못했다. 또 앞서 점심시간에는 사내 식당에서 선전전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회사 관리자에게 노조 간부가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앞에 집결해 집회도 벌였다.

노조가 정작 자신들이 제안한 노사정협의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도 전에 파업을 선언한 반면, 당초 참여를 꺼렸던 사측은 오히려 협의회에 기대를 걸고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참여 꺼렸던 사측은 오히려 적극적
사측은 11일 발행한 소식지 인사 저널을 통해 "노사정 회의가 출범한 만큼, 형식적인 참석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나,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을 반복하지 말 것"을, 울산시에는 "공정성과 균형감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사면초가에 놓인 해양사업부와 침체 늪에 빠진 울산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의회가 출범한 현재 상황에서 노사 양측의 태도가 뒤바뀐 가운데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가 울산시를 졸라 노사정협의회를 요구하고, 시의 압박으로 사측이 협상에 나서게 됐는데 본격 실무 협의도 전에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부적절 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회사 내부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는데, 사측이 협의회에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마당에 정작 이를 제안한 노조가 곧바로 파업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월 회사가 일감부족으로 해양사업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노사 및 울산시가 함께 기구를 만들어 대화로 갈등을 풀어보자는 의미에서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노조 제안에 울산시는 곧 바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한 달 넘게 머뭇거리다 이달 초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난 8일 첫 회의가 열렸다. 앞으로 노사정은 매주 두 차례 실무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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