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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영세사업자와 서민무담을 덜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유업계도 한숨 돌리게 됐다. 최근 치솟는 기름값으로 우려되는 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5일 정유업계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계획에 대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증가하는 등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앞서 지난 1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 호텔에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영세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에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가처분 소득을 조금 늘려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고유가 책임이 정유업계로 향하지 않은 것이다. 에쓰오일·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고유가로 돈을 번다는 인식 탓에, 기름값 상승기마다 비난을 받아왔다.
2011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올라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고 직접 정유업계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유사·주유소 회계 장부를 직접 들여다보겠다며 압박했다.
결국 정유업계는 같은 해 4월 휘발유와 경유값을 한시적으로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했다. 당시 100일간 기름값을 인하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8,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다.
올해 역시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정유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기름값을 올리면서 떨어졌을 때는 이를 반영하는 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2주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74.9원으로 전주보다 15.4원이나 올랐다. 주간 기준 올해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 경유도 16.5원 오른 1,477.9원으로 15주 연속 상승했다. 10월 첫 주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전주 대비 리터당 7.4원 오른 1,570.8원, 경유는 10.7원 상승한 1,385.2원인 것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10월 둘째 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0.9달러 하락한 82달러로 마감됐다.
정부 방침대로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0월 첫째주 기준 리터당 1,660원의 휘발유 가격은 1,578원으로 82원이 낮아진다. 지난해 평균 휘발유 가격(1,491.3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당장 가계 부담은 덜 수 있다. 경유는 1,461원에서 1,404원, LPG부탄은 925원에서 904원으로 인하 여력이 생긴다.

정유업계는 특히 정부가 과거 사례처럼 업계를 압박하기보다 세수가 줄더라도 유류세를 내리는 정공법을 택했다며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국내제품 가격도 오르는 것이지만 정유업계에 책임이 전가되는 측면이 많다"며 "비슷한 상황에서 과거 정부가 업계를 타깃으로 해 가격인하를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행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의 수요부진도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해왔다. 지난 7~8월 국내 내수시장 석유제품 수요는 1억5,54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기간(1억5,765만배럴)보다 1.3% 감소했다. 여름철이 휘발유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이란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이 최근 수출 위주의 사업전략을 꾸리고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내수 수요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시적 인하'라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점을 잘 지켜봐야 한다"며 "외려 국제유가가 더 높아진다면 유가상승분과 세금 인상분이 한번에 영향을 미쳐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 3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이어 2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부문 핵심인 PX시황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유가 상황 역시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어 3분기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원유를 2~3개월 전에 구입하기 때문에 판매 시점에서 유가가 올라다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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