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악극 '환상의 섬' 관람기
퓨전 악극 '환상의 섬' 관람기
  • 울산신문
  • 승인 2018.10.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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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균 기독문화연대 회장

윤수일은 울산이 낳은 국민 가수다. 그렇듯 파란 많았던 근대 한국사의 국민들과 함께 해온 가수다. 

격동의 6·25 전쟁과 베이비 붐 세대와 근대의 산업 혁명의 시대와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선 발전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국민들과 대중 가수로서의 애환을 노래로 담아 전해 왔다. 하지만 그의 태생은 순탄치 않았다.

극단 '물의 진화' 이청언 작, 김영희 연출의 퓨전 악극 환상의 섬을 보며 윤수일의 지난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6·25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인민군에게 총탄을 맞고 쫓기는 미공군 조종사 수일의 생부 칼 브라울 어게스트를 발견하고 윤수일의 생모 지복희(극중 오명래)는 그를 숨겨 주고 치료한다. 그렇게 싹튼 사랑은 윤수일(극중 이상훈)을 낳게 된다. 하지만 본국으로 송환되며 돌아 오겠다 다짐하던 생부는 비행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불운을 가슴에 안고 어린 수일과 북한을 나와 울산 장생포에 정착해서 새 아버지 윤성환(극중 황성호)을 만나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전후 가난과 게다가 혼혈아라는 당시의 편견 속에 수일은 상처 투성이의 유년기를 보낸다. 동네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맞고 왕따를 당하면서 오열하던 극중 수일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큰한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다문화 가정의 태생이란 것이 당시엔 파란눈의 이국적인 모습이라 더 극명했으리라는 생각에 짠한 생각이 들었다. 이후 청년 시절까지 혼혈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일은 번번이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울산의 학성고교 시절 야구부에 입단 하지만 곧 해체돼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부를 하게된 뒤부터 음악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푸른 꿈을 안고 서울 상경을 통해 숱한 고난들을 겪게 된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그의 진면목을 발휘하게 돼 가는 과정이 퓨전 악극 환상의 섬 공연 무대 위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더구나 자신이 받았던 설움과 차별을 알기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가운데 예술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을 모집하고 발굴한다. 그리고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게 하고 유명 컨테스트에 세우게 하는 장면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극 사이마다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와 제 2의 고향, 환상의 섬, 사랑만은 않겠어요, 아름다워, 황홀한 고백등의 노래가 무대와 객석에 라이브 연주로 울려 퍼질때마다 관객들은 뜨겁게 박수를 치며 함께 따라 불렀다. 대중 가요의 힘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직접 특별 출연을 한 윤수일씨가 등장해 시원스럽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를땐 모두가 박수를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울산의 관객들은 아마도 그가 울산 출신의 가수라 더 정겨웠던 것 같다.

올해 기준 한국 귀화 및 결혼 이민자 30만 명, 다문화 가정 수는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이미 낯선 문화가 아니다. 그리고 차별받아야 할 문화는 더욱 아니다. 이제 외모와 피부색으로 판단하고 선입견을 갖는 시대 또한 지났다. 

작가와 연출의 작품 의도는 이 시대적 가치관을 바로 응시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불운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른 울산 출신의 문예인을 발굴해 일대기로 창작해 형상화함으로써 울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퓨전극은 여러 예술 장르를 아우러는 작업이라 자칫 극 전체의 드라마가 주는 주제성은 희석 되기도 한다. 그러나 환상의 섬은 이를 무용과 시낭송을 비롯해 국악에 이르기까지 주제성을 받혀 주는 연출 구성으로 무난히 그려냈다.

작품의 작가와 연출을 맡은 극단 물의 진화의 이청언씨와 김영희씨는 부부이자 울산에서 30여년의 연극계를 지켜온 연극인들이다. 울산의 오랜 예술가들이 울산 출신의 문예인에 관한 일대기를 서사극 형태로 창작해낸 것은 응원할 만한 작업이다. 힘든 여건 가운데서도 계속될 극단 '물의 진화'의 창작업을 성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