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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가운데 시어머니의 언행으로 상처를 받는 친구가 있다. 남편보다 학벌이 좋고 경제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서 팔자가 사납다거나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늘 듣고 있는 친구였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내가 남편보다 더 뛰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반면 그 친구는 남녀를 떠나 능력이 누가 뛰어나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 친구는 시어머니에게서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벌을 고치거나 전문적인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힘드신 점은 없는지 혹여 상처를 받지 않으셨는지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본인을 무시한다는 시어머니의 뜻밖의 의견이었다. 친구는 그럴 의도가 아니라 진실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좁혀지지 않는 시어머니와의 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친구의 노력이 느껴졌지만 시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어느 날 시어머니로부터 돈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친구는 시어머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수 십 만 원 정도의 나름 큰돈을 보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친구에게 과자 값도 안 된다며 본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둥 오히려 격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친구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보낸 돈의 액수가 상대가 만족할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 않았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입장차가 분명 있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되었다. 필자의 경우 가까운 지인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편이지만 필요치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주장하는 의견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섭섭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의 의견도 좋은 의견으로 존중해주고 다만 지금 나에게 필요치 않다는 내용을 잘 표현해주면 오해가 생길 일은 없다. 상대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것 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이해 가능한 설명을 통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만져주고 서로의 감정이 정리됐을 때 반대 입장을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표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반대로 상대방 역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 안 된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본인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다. 적당한 자존감과 확고한 생각들은 자신이 가진 신념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삶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자기중심적 사고는 유아기 때 발생하는 인지적인 오류에 불구하다. 유아기를 벗어나며 인간은 점차 사회성을 기르고 유연한 사고를 발현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한 이들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하찮게 여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되 배려심을 가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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