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 '지역학' 열풍이 불고 있다. 해당 지역 대학들은 '지역학 강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학의 모토는 대부분 '지역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기록원까지 갖추고 있는 서울시의 '서울학' 역사는 이미 20년을 넘겼다.

필자는 1990년부터 '울산학' 연구소 설립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기하며 '울산학연구소'를 개인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울산시사편찬위원회를 울산학센터에 상설화하고 지금의 '울산학센터'를 독립 연구기관화할 것과 '울산광역시 기록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했다.

울산시기록원은 이 나라 근대화의 역사와 울산의 근현대사가 담긴 주요 기록물 중 시가 보유한 보존 기간 30년 이상의 중요 기록물부터 중요 민간기록물을 관리·보존하는 기관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울산시의 모든 정책과정을 기록한 문서들이 담고 있는 노력과 경험이 이제 우리 후배와 후손들에게 훌륭한 기록유산으로 전달·공유되도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산하 울산학센터는 지난 2006년에 개소했다. 하지만 구멍가게 수준의 규모와 독립 예산 조차 없는 괄시와 요원한 전문연구원화, 그저 그런 실적에 비전공자의 센터장 겸임을 보노라면 왜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운게 사실이다. 몇몇 동호회 수준의 토박이들을 지지 세력으로 모으고 연구비를 특정인에게 몰아주거나 출판케 한다는 의심도 있다.

'지역학'을 본격 연구하거나 울산의 정신, 정체성 확립을 위한 선도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의문이다. 연구원 3~4명 확보하는데 연 4~5억 원의 인건비를 확보하면 가능하지만, 그냥 울산발전연구원 내 소규모 센터로 유지하고 있을 뿐 상근 연구자도 대표자도 없다. 아니 누구도 관심이 없다.

지자체들이 직접 지역학 강좌를 개설, 육성하거나 지역 대학들이 자기 지역의 '학'을  정식 강좌로 채택해 학점을 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오늘날 지역학은 단순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단계의 학문영역을 넘어섰다.

지방정부가 지역민과 함께 현안을 풀어가는 기초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인구 유출 등으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걱정이 쉼 없이 나오는 울산의 정체성 확립과 경쟁력 축적을 위한 '울산학'이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려져야 한다.

1962년 2월 3일 공업센터 선포와 함께 시작된 울산의 현대사는 50년을 넘어섰다. 시(市)가 된 지 56년, 광역시 승격 21년을 맞은 지금 울산은 역사의 새로운 변곡점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민선 7기 울산시에서조차 울산학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악몽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의 소수 연구자들이 울산학 초석을 놓으려는 노력들을 이어왔지만 타 지역에 비해 아직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울산학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며 울산시와 시장에게 다시 제언한다. 울산학은 울발연 센터에서 벗어나 시장 직속 기구로 독립한 '울산학연구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울산학은 울산의 정신, 울산의 정체성,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중점 연구하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라. 울산시의회는 이러한 울산학 육성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발전기금 적립 등 제도적 정비를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1986년 시작된 중국의 상해학과 북경학, 에도 도쿄학과 서울학은 이미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지역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정체성이 담긴 특색있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문화산업으로 육성, 이를 다시 세계화시킴으로써 지역 발전 동력으로 삼는 주체도 지역학이다.

전국의 지역학은 잃어가던 지역 발전 동력에 다시 힘을 가할 귀중한 단초로 자리 잡았다. '지역의 정체성 정립이 곧 지역 경쟁력'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울산학'은 어떠한가? 언제까지 공장 많고 돈 많다고 거들먹거리며 '졸부와 천박한 자본의 도시, 울산'만 내세울 것인가? 울산학은 새 시장 새 울산시가 답해야 할 중요한 분야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