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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이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이가 아는 체 하다 큰 사고를 낼 때 사용되는 속담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 한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해 보니 부끄러워 정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부끄러움을 알게 된 사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최근에 출판된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시즌 2(캐나다·호주·뉴질랜드 편)'에서였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도 두 나라에 관한 책은 없어 늘 궁금해 했는데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해서 읽어 보았다.

그 책으로 인해 나의 무식이 들통났다. 우연하게도 호주와 뉴질랜드는 두 번의 여행을 했다. 두 나라는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갈 때마다 즐거운 여행을 했다. 그러나 호주와 뉴질랜드의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다만 우리와 호주는 1950년 6·25 전쟁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1만 7,000명의 군인이 참전했으며, 이후 1961년에 양국이 수교를 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나라였다. 

호주는 1770년도 4월 29일 제임스 쿡 선장의 일행이 호주 동부의 한 해안에 닻을 내리면서 시작된다. 그곳이 오늘날에 오페라 하우스와 시드니 하버 브리지가 있는 시드니였다. 그렇게해서 호주는 영국의 영토에 속하게 됐다. 그때 쿡 선장을 따라 같이 갔던 식물학자 조지프 뱅크스는 주변에서 계속 눈에 띄는 신기한 동물이 궁금했다. '저 큰 토끼는 도대체 뭐지' 그가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에게 물어보았다.

조지프 뱅크스는 "저 동물은 뭐지"라고 물었고, 애버리지니는 "캥거루, 캥거루"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서 뱅크스는 그 동물이 캥거루라고 알았지만 애버리지니가 말한 캥거루의 뜻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서로 간에 말이 소통이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인데, 졸지에 큰 토끼는 오늘날에도 캥거루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캥거루도 자기의 이름이 이렇게 해서 생긴 지 알기나 할까.

그런데도 나는 지금까지 캥거루란 말은 원주민인 애버리지인들도 그 동물의 이름을 몰랐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누가 알지 못하는 것을 물을 때면 '캥거루'라고 하곤 했다. 정말 캥거루가 들었다면 '저 무식한 놈 좀 봐라'고 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다짜고짜로 읍장을 만나러 왔다면서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앞뒤도 없이 이야기를 하시는 주민들을 만날 때면 나는 캥거루란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그 분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주의깊게 들어보고, 담당 직원과 함께 그분의 딱한 사정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 고민 중 대부분은 일자리를 달라는 것이다. 늙어도 아직 일을 해야만 살 수가 있다는 그분들의 딱한 사정이 무더운 폭염보다 더 무섭다. 내가 딱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읍장실을 찾아오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나는 아직도 내가 선무당인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는 결심한다. "난 결코 선무당이 되지 않고, 날 찾아오는 그분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살펴보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작은 일거리라도 찾아주는 읍장이 반드시 될 거야." 아름다운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캥거루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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