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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울산시의회 개원 100일도 안된 시점에, 그것도 사상 최악의 지역경제 위기 속에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해외연수를 강행했던 시의원들이 수준 이하의 성과물을 내놓았다.

 

산건위
러 블라디보스토크 등 5일 일정
신북방정책 전략적 선택 등 절감
극동교류협력 강화 방안 등 제시

환복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6일 일정
주요건물사진에 단편적 소개만
즉흥적 느낌 서술한 견학 소감문

 

울산시의회는 23일 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선진 우수 정책 사례 공유 및 시정 활용을 위한 '의원공무국외여행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울산시의회는 23일 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선진 우수 정책 사례 공유 및 시정 활용을 위한 '의원공무국외여행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물론 이번 해외연수를 다녀온 두 팀이 낸 보고서가 모두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한 쪽은 방문국 도시의 지리적 특성과 산업 여건 등을 연계한 울산의 발전 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있는 결과물을 내놓은 반면, 다른 한쪽으로 초등학생 수준의 기행문을 결과보고서라고 공개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9월 28일~10월 2일)를 다녀온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와 싱가포르·말레이시아(9월 28일~10월 3일)를 돌아본 환경복지위원회는 23일 시의회 4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의원공무국외여행 성과보고회를 가졌다.

그러나 두 상임위의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는 뚜렷한 수준 차이를 보였다.

산업건설위는 국외여행 결과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 현장을 둘러보고 왜 신북방정책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이유를 확인했다"고 의미를 제시했다.

보고서에선 이어 "북방경제의 핵심은 극동지역 개발의 참여와 우리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 및 새로운 항로 개척을 통한 시업 기회의 확대에 있다"고 짚은 뒤 "특히, 극동지역은 지리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유라시아와 동북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로 향후 울산 성장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어, 신북방정책에 대한 울산시의 적극적인 참여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선에선 또 "현지 간담회 등에서 느낀 점은 러시아정부의 극동개발 정책이 이제부터 본격화 한다는 점과 극동의 경제발전을 위해 외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었다"며 "우리 울산과의 경제교류 및 협력방안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산업건설위는 이번 연수에 대해 "정부의 남북경협과 신북방정책, 울산시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와 추진 중인 신북방경제협력 사업 전략에 대한 의회 차원의 검토와 고민을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제7대 시의회 차원의 첫 해외연수로써 성과보고회를 직접 열어 의회의 해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회에서 산업건설위 의원들은 각각의 연수 소감과 전하며, 울산과 러시아 극동 도시와의 교류 협력 강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건설위의 결과물에 담긴 이 같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은 언론 등에서 언급된 평이한 서술에 그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산업건설위는 이처럼 해외연수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도 내놓은 반면, 환경복지위의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는 그야말로 '수준 이하'였다.

여정을 쫓아 순서대로 엮은 보고서에선 인터넷 등에 소개돼 있는 방문국 도시와 주요 건물을 사진과 함께 단편적으로 소개한 뒤 견학 소감이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한 수준에 그쳤다.

일례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실내 조경을 소개하면서 한 의원은 "마치 동화의 나라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나네요. 어릴적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 합니다"라고 감흥을 전했다.

또 싱가포르의 오·폐수 재이용 시설을 견학한 뒤 "우리는 평소에 물과 공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늘 노력하여야 겠다. 늘 홍보가 아닌 생활화되길 바래본다"라고 적었다.

모두 38쪽으로 제작된 환경복지위의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방문지마다 모두 이런 식으로 정리해 놓았다.

심지어 환경복지위의 연수 마지막 일정인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88층 쌍둥이 건물을 구경한 소감으로 "세계인의 관심이 몰리고, 태어나 한번쯤은 다녀가야 할 것 같은 이곳 말레이시아에서 이 거대한 건물이 한국에서 지었다니! 놀라운 기술력, 자부심이 느껴지는 우리는 KOREA∼를 외치는 순간!"이라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울산시의회는 이날 두 상임위의 해외연수 결과보고회에서 제시된 발전 방안들은 시정 정책제안이나 자치법규 제·개정 과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기로 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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