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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찾은 남구 D조합 추진위의 홍보관 현장. 인부 임금체불로 공사가 중단돼 사무실 문이 잠겨 있다. 홍보관 건설업체는 이 조합 C업무대행사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울산지역 여러 곳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하고 있는 업무대행사와 실소유주 등 관련자들이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본보 보도(2018년 10월 21일 5면자 보도)가 나가자 해당 조합원들의 피해사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이들 업무대행사의 불법행위는 전형적인 지주택 피해사례와 일치점이 많아, 재발방지를 위한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애초에 사업의지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피 같은 조합원들 돈만 노리고 빼가기 급급했죠. 예고된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죠"

23일 만난 남구 D조합 추진위 조합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D조합 추진위에서 지난 1년간 벌어진 일들은 각종 지주택 비리문제가 집약된 축소판, 그 자체라고 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 조합 업무대행사 C사는 지난해 9월 남구청에 조합원 모집신고를 하고 조합원을 모집했다. 두 달여 뒤 창립총회를 열겠다던 C사는 지난 4월에야 창립총회를 열었다. 총회에서는 김 모씨가 추진위 조합장에 선출됐고 이사 지 모씨, 감사 선 모씨는 떨어졌다. 세 후보는 모두 업무대행사가 추천한 인물들로, 대행사는 향후 조합장을 바꿀 수 있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더 문제가 된 건 "업무 연속성을 위해 기 추진된 업무를 인정하겠다"는 내용에 동의해버린 것이다.

이를 믿은 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한 조합 관계자는 "총회 후 두 달여 만에 조합비 90억여원 중 87억여 원을 쓰고 3억여원만 남았다고 전 추진위원장이 말했다. 그중 토지매입에 들어간 돈은 1억 5,000만 여원으로, 토지 매입 수수료는 4억 5,000만 여원이나 되는 등 말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추진위원장은 여러분들이 쓴 이 종이 한장(계약서)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후보자 셋은 사업 발기인으로써 업무대행사와 '한통속인' 인물들이었다. 조합원들은 김 전 추진위원장은 현재 함께 경찰수사가 진행중인 남구 M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인 E회사와도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초기 추진위원장 등이 업무대행사 등과 커넥션이 있다는 것은 업무대행사의 횡령, 배임 등의 행위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대행사 관계자들은 M조합에서 사용했던 모델하우스를 D조합에서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수십억원을 지출처리했지만 이들은 아무 견제를 안했다.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해 개정된 6·3주택법이 이용되고 있는 것도 타 지주택 피해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D조합 추진위 업무대행사 C사는 6·3주택법에 따라 남구청과 지역언론 등에 광고기사를 냈다. 한 조합원은 "구청공고를 보고 가입했단 분들도 여럿된다. 사업 신뢰의 판단 근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C사는 강화된 주택법에도 사업승인에 준하는 '조합모집 신고필증'을 받았다며 광고했고, 조합 과실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연체되면 탈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탈퇴시점에 돌려받을 돈이 없단 것이다.

이외에도 이 현장은 3억의 보증수수료를 낸 신탁계좌를 써야 함에도 일반 계좌로 조합원들로부터 송금을 받았다. 홍보관 업체 계좌로 조합원비 일부를 송금받거나 홍보관 직원이 현금을 건네받은 경우도 있었다. 무자격자를 모집했다가, 상담할 땐 하루만에 계약금을 돌려준다고 해놓고선 경찰 고소를 한 뒤에야 돌려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이러한 불법행위가 판을 쳤지만 관할구청에서는 아무런 제재나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조합원은 "암 투병 치료비부터 퇴직금 등 조합비들이 모두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며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도 있는데 정작 피고소인들은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70평대 호화스런 옥동 아파트에서 호의호식하며 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각종 위법, 횡령 혐의가 있더라도 회계상 적법한 처리를 했다면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역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부분 빈틈을 잘 만들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 명확한 혐의가 있어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D조합 조합원은 "울산지방경찰청에서 6~10시간의 긴 밤샘조사에도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수사관들을 보고 든든했다"며 "부디 제대로 된 수사로 이들이 횡령한 돈 중 일부라도 되찾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거나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주장에 대해 해당 업무대행사 대표 등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은 되지 않았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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