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숨비소리' 관람기
연극 '숨비소리' 관람기
  • 울산신문
  • 승인 2018.10.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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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균 기독문화연대 회장

치매는 인지 기능이 상실, 또는 부족한 상태,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과 추상력,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잃었거나 잃어 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치매 환자가 기억의 저 편 아름다웠던 인생의 순간들을 모두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극 숨비소리는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위에 떠올랐다가 참았던 숨을 잠시 내쉬는 소리처럼 찰나의 우리 인생을 비유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그처럼 우리 인생도 매순간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연극 숨비소리는 깊은 바다속 물길질 후 해녀의 잠시 떠오르는 숨비소리를 우리 인생의 삶과 같은 맥락에서 자맥질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생은 유한하지만 지나온 삶의 내력들은 우리 가슴 속에 숨비소리처럼 아련히 기억되고 있다. 그 기억들은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가슴팍 한가운데 슬프고도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문화 예술 틈'(박정영 대표, 제작)의 연극을 보니 누구도 지나치지 못할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한 일상들이 가슴 아련히 펼쳐지고 있음을 수긍하며 관람하게 됐다.

연극의 첫 막은 여느 공원의 풍경과 다름없는 한적한 일상이다. 이곳에 노파(극중 하다효지 역)가 등장해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지만 공원의 따분한 일상은 이어지고 등장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노파는 기다린다. 막연히 기다리는 노파의 앞에 그녀가 꿈꿔왔던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마치 기다렸단듯 노파는 그를 반갑게 맞이 한다.

이어서 익숙한 듯 두 노인의 일상이 화투 놀이로 진행된다. 두 노인의 일상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정겹고도 익숙한 여느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화투 놀이는 심상치 않은 갈등으로 드러난다. 

인물간의 갈등들은 연극의 시간이 흐를수록 더한 의구심으로 증폭돼 간다.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의구심은 결국 두 인물간의 정서적 충돌로 마침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름아닌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노파의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인해 관객들은 노파가 치매를 앓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충격적인 알레고리는 관객들에게 뭔지 모를 안타까운 연민을 일으키게 했다. 뒤이어 더 놀라운 것은 노파가 기다린 남자는 자신이 낳은 장성한 아들이였음을 알게된 관객들은 충격이 더 했다. 50대의 아들이 치매인 어머니를 위해 장가도 가지 않은 채 옛 연인의 역할을 대역해 온 것이다. 

게다가 아들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어머니가 길에 싸고 오는 분변을 습관처럼 치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한탄과 오열을 한다. 

결국 아들은 참지 못해 어머니가 일러준 사약을 물에 타 마시지만 이미 그것을 안 어머니는 그 사약의 잔을 바꾸어 대신 사약을 마신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모성애와 자식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성에 깊이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평생을 살아온 가족 구성원이 어느날 홀연히 가족을 알아 보지 못할 만큼의 깊은 병을 앓게 됐다면 그 만큼의 더 큰 슬픈 불행이 어딨겠는가? 그 질병이 바로 오늘날 치매라는 질병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주기마다 치매 환자 수가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 가족 중 어느 누가 치매 환자가 될런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 생에서는 유한한 인생이지만 이성적인 의식을 잃어가며 말년을 보낸다면 참 아픔이지만 가족 사랑과 보살핌들로 승화되길 바란다. 또한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들이 뒷받힘 돼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비극적인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게한 연출 구성과 작품 의도가 기발했으며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족 사랑의 끈끈한 애정을 일깨워 준 것에 관객 모두는 즐겁게 감사했다. 

"문화 예술 틈"의 박정형 대표가 앵콜 공연을 기획 중이라니 건승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