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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예견된 일인데도 적잖이 놀랄 때가 있다. 현대차 3분기 실적을 받아들고 모골이 송연했던 것도 이같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져 온 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일감 절벽이라는 극한의 늪을 헤메는 바람에 현대차에서 시선을 잠시 떼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사이 벼랑끝에 놓여 버린 줄은 수치를 보고서야 인지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010년 IFRS(국제회계기준)를 도입한 이래 최저치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또 가뜩이나 시퍼렇게 멍든 국내 주가를 거세게 끌어내리며 '현대차 리스크'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내수에 힘입어 가까스로 버텨왔던 실적 저지선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반(反)현대차 정서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증거다. 고질화된 '고비용·저효율'에 대한 공론화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메이커였던 현대차는 이 문제를 끝내 개선하지 못하는 바람에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더 이상 현대차는 아픈 손가락이 아니다. 토요타 캠리를 산 한 대기업 간부가 더 이상 현대차를 사지 않겠다며 던진 선언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차를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쓴소리가 나돌고 있는 와중에도 귀를 막은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데만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는데는 관심이 없다. 단지 사수하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물론 울산 시민들은 누구보다 지역의 일자리가 지켜지길 바란다. 현대차를 글로벌 메이커로 태동시킨 울산은 '모정'으로 현대차를 품어왔다. 그래서 그들이 울산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누리고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민관이 합심해왔다. 하지만 이만저만해진 상황에도 몰염치로 일관하는 현대차 노조에 무한한 애정을 쏟을 순 없는 일이다.
곪아 부푼 상처를 '호호' 불어 염증을 키우기보다는, 쓰라릴지라도 매정하게 터트려 덧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모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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