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억새꽃 하얀 속살이 아침햇살을 받아 윤기가 더욱 반짝인다. 멀리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물안개 한가로이 헤엄치는 왜가리, 백로, 검둥오리 물새떼도 눈에 들어온다. 찰랑찰랑 풍요로운 들녁은 하루가 다르게 한 자락 두 자락 콤바인에 베어지고 있다. 키 작은 코스모스의 해맑은 손짓에 오늘도 행복으로 즐겁게 페달을 밟으며 출근한다.

지난 주말 태화강 하구 억새밭, 태화루, 가을국향 그윽한 태화강 국화단지, 태화강생태관, 가을 이야기가 있는 철새생태원, 태화강 전망대를 느긋하게 다녀 왔다. 태화루, 멀리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있어 보이고, 울산의 여유와 풍류, 격식이 느껴진다. 담벼락의 기와장, 대문채 팔작지붕, 태화루 배흘림 기둥 어느 하나 가벼이 할 수 없는 묵직한 기품이 베어난다.

매주 토요일 오후, 태화루 대청마루에서 춤, 농악, 악극, 노래 같은 만나기 쉽지 않은 기량있는 국악 향연이 펼쳐지고 눈과 귀를 통해 마음을 살찌우고 넉넉하게 한다. 오래전 임진왜란 때 전부 불타 없어진 것을 어렵게 시민의 염원으로 뜻을 모아 2014년 4월에 지어졌다 한다.

오래전 태화강 지방정원 일대는 그야말로 정리되지 않은 농촌 그대로 였다. 여름에는 농작물로, 겨울에는 비닐 등 폐농 기자재가 뒹굴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제, 노래가 끊이지 않고 즐거운 재잘거림도 끝이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애기들 손잡은 젊은 부부, 웃음꽃이 있는 연인들, 자전거 부대, 캠핑촌에 자유로이 누워 책 읽는 멋있는 아가씨 등 가을국향이 그윽한 국화단지를 즐기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느리지 않게 십리대밭 축구장에 다다른다. 축구하느라 가끔씩 터져 나오는 쩌렁쩌렁한 함성에 태화강이 울리는 듯 힘 찬 휴일 오후다. 음악과 공연, 산책, 운동, 체험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 태화강이다. 태화강둔치느티나무광장 등 군데군데 소규모 공연장이 잘 갖추어져 매주 토요일 공연장이나 적당한 장소에 무대와 자리를 마련, 섹소폰 연주 노래공연이 펼쳐져 여행, 산책, 운동하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휴일저녁이 즐거웠다.

태풍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고 큰물에 할킨 잔챙이 보이기도 했다. 어느 개울 징검다리에는 다리발에 나뭇가지 걸려 더미를 이루고 있는 것도 보면서 선바위 태화강 생태관을 빠르게 둘러봤다. 오후 2~3시쯤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빛에 투영되는 은행잎은 마치 앞면이 뒷면에 투영되는 듯 맑음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태화강 철새공원엔 고즈넉한 은행나무 정원이 있다. 여름에는 백문동으로 푸르름과 파아란 열매로 시원함을 주고은행나무는 그늘을 주어 연신 여행객을 찾아오게 한다. 지금은 은행단풍 절정으로 가족, 친지, 연인, 친구들에게 그 동안 못 다한 속삭임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내려가면 영남알프스, 십리대숲, 울산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여행의 피로를 쉴 수 있는 탁 트이고 분위기 있는 태화강 전망대를 찾을 수 있다. 주간에는 언제든지 문화해설사가 있어 태화강의 어제 오늘 내일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가을이 있어 태화강을 찾는다지만, 태화강이 있어 가을여행을 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외지를 나가는 가을여행 뿐 아니라 울산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더 많아지고 있다. 울산을 말하면서 울산 12경을 빼놓을 수 없다. 영남알프스, 태화강 철새공원, 십리대숲 은하수길, 울산대교, 대왕암, 슬도, 간절곶, 고래문화마을, 태화강 등은 대표적인 울산관광지 10곳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한번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