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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울산시교육청이 원아모집 중단 및 집단휴업 등 학습권 침해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원아모집 보류 및 입학설명회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현형 법상 유치원이 모집 중지를 할 경우 휴원ㆍ폐원에 비해 제재수단이 약해 학부모ㆍ유아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 북구와 남구지역 사립유치원 2곳이 가정통신문 등으로 학부모들에게 내년도 폐원 및 원아모집 중단 계획을 밝혔다. 이에 시교육청은 이날 현장 점검 등을 통해 각 유치원의 원아 수용 조치와 폐원 이유 등에 대해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향후 예정된 입학설명회와 원아모집 절차를 연기하거나 보류하는 사립유치원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11월은 보통 2019년 원아모집을 위한 설명회가 이어졌을 시기다. 그러나 현재 일선 사립유치원들은 "설명회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일단 연기"를 밝힌 상태다. '비리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립유치원들이 최후의 보루로서 선택할 수 있는 원아모집 중단을 결정하는 사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유아교육계의 전언이다. 

울산지역 사립유치원들의 국공립 유치원의 원아모집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의 참여도 저조하다. 그동안 한 곳도 없다가 최근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사태 후 12개의 사립유치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115개의 울산 사립유치원 전체의 10.43%에 그쳤다.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에 1차적으로 신청하더라도 경쟁률이 높아 차선책으로 사립유치원에 가야하는데, 입학설명회 일정 등이 나오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며 초초해하는 분위기다. 내년에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보낼 아이를 둔 한 예비학부모는 "11월까지 별다른 결론이 안 나올 것 같아서 12월까지 지켜본 뒤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이 사립유치원들이 휴·폐원 혹은 원아모집 연기 등을 취하는데는 '사립이 원아 모집을 안 하면 교육청이나 학부모가 별 대안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울산 전체 유치원생 중 사립에 다니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국공립유치원이 적다보니 사립유치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원아모집을 중단하거나 휴원ㆍ폐업 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원아모집 중단의 경우 유치원에서 '경영상 이유'를 내세운다면 교육청 차원에서도 제재가 어려운데다, 제재를 하더라도 시정지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 시교육청은 최근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2022년까지 5개 단설유치원 설립과 병설유치원 50학급 증설' 등 사립유치원 압박 대책을 내놨지만 시간이 걸리는 정책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상황이 유치원 입학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단 폐원이나 모집중지를 하는 유치원이 없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역 관할청에서도 모집 보류나 폐원 우려 사례가 발견 되면 현장지원단을 파견해 운영 정상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 유치원이 교육기관인지 자영업인지의 경계부터 모호하게 만든 것도 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울산의 경우 국공립에 비해 사립유치원의 수가 절대적이다. 이 때문엔 울산지역은 유치원 파동이 발생하면 학부모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교육당국과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차단하고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꼼꼼하고도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물론 유아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집단 휴·폐원, 원아모집 중단 등 단체행동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립유치원들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정부 정책이나 감사 등에 맞대응을 하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행위는 합법적일 수 없다. 

지난해 9월 한유총이 국가 지원금 인상과 감사 완화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원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도 물밑에서는 요구를 일부 수용해 사태를 봉합했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집단 휴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에 담합 여부 조사를 의뢰하고 육아교육법 시행령 위반 여부도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유치원을 교육기관으로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유치원의 공고육화도 속도를 붙여야 한다. 오랜 관행처럼 덮어버린 문제가 쌓이고 쌓여 엄청난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유치원 문제도 이번에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다면 어떤 재앙이 될지 불을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이번이야말로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절호의 기회인만큼 뼈를 깎는 각오로 유치원 문제를 주시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해결책을 찾아가길 기대한다.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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