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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신일본제철이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한 이후 신일본제철 등 전범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동아 전쟁 당시 전쟁물자를 대고 막대한 이득을 본 일본 기업들을 전범기업이라고 부른다.

특히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착취와 인권유린을 자행한 기업은 지금까지 일본 대표적 재벌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씨(98) 등 원고 측은 피고 측인 신일본제철에 배상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직후 신일본제철 측은 "한국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이번 기회에 일본의 전범기업에 대해 알아보자. 일제는 1939년 7월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한반도에 거주하는 기능공들을 일본으로 이주시켰다. 태평양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제는 1944년 8월 기능공과 상관없이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을 합법화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선두에 서는 기업이 미쓰비시다. 미쓰비시그룹은 현재 4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근로자 수만 57만 명에 달하는 일본 최대 재벌이다. 1870년 창업자인 이와사키 야타로가 반란군을 제압한 공으로 정부로부터 나가사키 조선소를 넘겨받으면서 미쓰비시는 설립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군수물품 제작의 산실 역할을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생산해 일본군에 납품한 군용기는 8종이나 됐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는 일본 해군의 자랑으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함 '야마토'로부터 연합함대 기함(사령선)의 자리를 넘겨받은 동급 전함 '무사시'를 건조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도 미쓰비시 만행이 적나라 하게 재연됐다. 미쓰비시는 1890년 조그만 섬을 사들여 해저탄광을 개발했다. 지하 1㎞가 넘는 곳에 위치한 해저탄광 안은 좁고 온도가 45℃를 넘는 데다 유독가스 또한 수시로 분출되는 악조건의 작업현장이었다. 미쓰비시는 이곳에 조선인들을 대거 징용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 수많은 조선인이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생존자들은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방사능 피폭까지 당해야 했다. 미쓰비시는 2015년 중일전쟁에서 포로로 끌려온 중국 징용 노동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반면 '식민지 조선인 징용은 합법'인 만큼 사과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쓰비시 계열인 니콘, 기린맥주는 국내에서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의 두 번째 재벌인 미쓰이그룹은 계열사인 미쓰이광산이 일본 최대 미이케탄광을 운영하고 있었다. 석탄이 군수물자로 쓰이게 되면서 미쓰이광산은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노역시켰다. 기린맥주처럼 한국에 상륙한 삿포로맥주가 미쓰이그룹 소속이다. 일본의 세 번째 재벌 스미토모는 일본, 조선, 태평양, 중국, 만주 등에 산재한 120여 곳 사업장에서 조선인을 징용해 노동력을 착취했다. 미쓰비시, 미쓰이처럼 스미토모도 계열회사로 아사히맥주를 거느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일본 손해보험사 미쓰이스미토모의 국내 진출을 허가해 논란을 불러왔다. 닛산과 마쓰다 자동차는 지프, 트럭 등 군용차량을 일본군에 납품했고 모리나가는 일본군 전투식량을 대량 제공한 이유로 전범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소닉의 옛 사명은 마쓰시타 전기였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한 이 회사는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해 노동시켰다. 파나소닉은 현재까지 일본 우파를 육성해 더 크게 문제가 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1979년 대표적인 일본 우파 정치인 육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했다. 이런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일본은 물론 한국의 기업인들도 '경영의 신'으로 칭송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배우 송혜교가 미쓰비시의 광고를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로 거절해 화제가 됐고, 배우 김지원이 전범기업 기린의 맥주를 광고해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이나 전범기업 제품의 소비 행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사용하는 제품들이 어떤 역사를 가진 기업에서 만든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모르는 것을 넘어 밤마다 아사히 맥주와 기린 맥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의 전범 기업들은 전후 강제노역자들에 수차례 사과하고 후손들을 찾아 교육비까지 지원하는 등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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