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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가 얼마나 닳고 닳은 회산데, 한번 해보세요.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최근 경찰 수사를 받는 한 지역주택조합 전 조합장이 고소인들과의 마지막 공식 모임에서 했다는 얘기다. 조합원 100여 명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등 90억 원 중 87억을 창립총회 후 불과 두 달여만에 탕진한 결과에 대한 해명을 위해 조합원을 모아놓고서, 그 인사는 저런 말을 했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고소한 데 따른 대답이었다.

이 얘기를 전해 듣는 순간, 뭔가가 울컥 끓어 올랐다. 그리고 최근 지역주택조합 10여곳 조합원들의 비슷한 피해사연 제보를 듣다보니 울컥한 그것은 이제 끓었다 식었다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는 법적 빈틈을 악용해 조합원들을 이용해 온 악덕 업무대행사들과의 싸움에서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수사 중인 4~5곳 현장의 실질소유자인 '회장님'이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 회장님은 '닳고 닳아서' 회계처리, 재산 은닉 등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조합원들 돈으로 대형 로펌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대응을 해온 이같은 업무대행사들의 전적을 보면 제대로 처벌 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단 점이다.

경찰 수사결과와 사법당국 판단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특히 울산에서 이와 비슷하게 여러 현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 없이 조합원들로부터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업무대행사 등에 대한 고소, 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수사당국과 사법부의 판단이 부디 조금이라도 싼 값에 집 하나 장만해보겠다고 가입한 선량한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때 가면 피해자들도 저런 인사에게 웃으며 '우리가 이겼네요' 한 수 던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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