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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이하 가계부문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만큼이나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소득주도 성장정책',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 가계소득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가계소득 통계가 잘못되었다고 강변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가계소득 통계의 정확성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계부문이 체감하고 있는 경제 실상이 어떠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통계는 경제 실상의 결과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치에 불과할 뿐,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는 없다.

어떻든 간에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4분기 가계소득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의 크기 순서대로 5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소위 저소득층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2/4분기에 비해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2분위(하위 20~40%)는 2.1%, 3분위(상위 40~60%)는 0.1%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위 중산층 이하 가구는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소득 4분위(60~80%)와 5분위(80~100%) 등 소위 고소득층은 각각 4.9%, 1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 1분위 저소득층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 107만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계소득은 줄어들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바구니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으니, 굳이 통계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저소득층을 포함한 중산층 이하 가구의 생활 형편이 지극히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농산물과 석유류, 서비스 부문의 물가는 오름세가 매우 가파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채소류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8월에 비해 7.0%(전월 대비 14.4%), 석유류 가격은 12.0%, 외식비는 2.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더해 저소득층의 가계지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값(80㎏ 기준)마저 17만 원대로 치솟아 1년 만에 40% 가까이 올랐다.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데다 소비지출은 늘어나고 있으니, 중산층 이하 가구들은 거의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자를 메꾸기 위해 가계부문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부채액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1가구당 가계부채는 3,0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8배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취약계층의 대출 규모는 대략 8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취약계층은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근로 등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영세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들이 인력을 감축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얻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앞으로 취약계층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과 노인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가족 및 다문화가족 지원 등이 있다. 이들 사회보장제도는 모두 선별적 복지로 지원대상과 지원금액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30% 이하 가구에 속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산층 이하 가구의 생활형편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회보장제도의 수급대상을 확대하고,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지원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사정과 재정형편이 어려울수록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는 지양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의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서민들에게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평화니 민주화니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요 의무이다.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보장을 위하여 선택적 복지를 시급히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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