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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리선권 때문에 남쪽에서 느닷없는 보수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리선권 북한 조평통위원장이 지난달 방북한 국내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한 것과 관련,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목구멍 챌린지'가 시작됐다.

'목구멍 챌린지'는 리 위원장의 질문에 "목구멍으로 잘 넘어간다"며 냉면을 먹는 영상을 릴레이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교수는 곧바로 최근 보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유튜브에 '냉면이 목구멍에 잘 넘어갑네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의원은 물냉면을 먹으면서 "냉면이 목구멍에 잘 넘어가는지 보겠다"며 "일단 저는 잘 넘어간다"고 말했다.

'목구멍' 발언에 이어 '배 나온 사람' 발언으로 불거진 리선권의 막말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일제히 '물타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과도한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리선권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던 북한의 환대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리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현재로서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리선권의 발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옹호론을 편 것이다.

리선권의 오만한 발언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5일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 행사 후 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김 대변인은 "설사 (리선권의 발언이) 우리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조금 다르다 할지라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그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리선권의 발언을 남북 문화 차이로 설명한 셈이다.

지난 1994년 제8차 남북실무접촉 때 북측 대표로 나온 박영수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회담 내용을 곧바로 공개했다. 전략적 판단이었다. 불바다 발언이 보도로 나가자 반향은 컸다. 북한의 김일성은 남측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형식적으로나마 박영수를 경질하고 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냉면 발언부터 배 나온 사람까지 이선권의 막말은 과거 북한 정권의 막말에 비하면 별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온갖 욕지거리를 동원해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 맞다. 하지만 방북 기자단에게 조롱하듯 말한다든지 "이제 삼철이 나서야 한다"는 그의 세치 혀는 그대로 둘 문제는 아니다. 오만불순한 리선권의 세치 혀를 '문화차이'로 감싸는 순간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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