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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지나가고 어느새 낙엽 흩날리는 11월로 접어들었다. 이제 올 한해도 두달여 남짓 남았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게 높고 푸른 하늘, 울긋불긋 단풍이 우리를 맞아주고 있다. 좋은 계절이니 만큼 전국적으로 축제와 행사가 한창이다. 다양한 축제와 행사 중에서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2018 인문주간' 행사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해 전국 38개 기관에서 강연·공연·체험·전시 등 다양한 인문학 행사들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행사가 지역 자치단체와 대학이 연계하여 행사가 진행된다. 인문주간은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 인문학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38개의 주관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인문도시로 선정돼 참가하는 기관이 23곳, 공모 선정을 통하여 참가하는 기관이 11곳, 자율 참여를 통하여 참여하는 곳이 4곳이다. 참가하는 지역을 살펴보자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을 보면 대학이 33곳, 지역 행정기관이 3곳, 공공기관 1곳, 지역 도서관이 1곳이다.

하지만 인문도시 23곳, 공모 선정 11곳, 자율 참여 4곳 중에 울산에 소재한 행정 및 공공기관, 대학, 도서관은 한 군데도 없다. 인근 지역인 부산은 인문 도시 2곳, 자율참여 1곳에서 실시되고 대구는 공모 선정 1곳과 자율 참여 1곳에서 실시된다. 심지어 광역시가 아닌 인근 중소도시인 포항과 경주에서 각각 1곳에서 이루어지며 심지어 4년제 대학이 소재하지 않은 경북 영양에서는 영양군청이 공모 선정에 참여해 인문 주간 행사를 실시한다.
이렇듯 전국 17개 시·도에서 다음주부터 실시되는 2018 인문 주간행사에 울산은 그 어디에도 이름이 없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등 다양한 지역에서 행사가 이루어지지만 우리 지역의 주민들은 인문 주간 행사에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인문 주간 행사가 아니더라도 지역 교육청 각 자치단체별로 교육 박람회, 책 축제 등 인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들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 축제들과 비교해 보면 기간, 규모, 투입되는 예산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축제의 흥행성이나 주민들의 참여도를 고려하여 그러한 행사들이 기획되고 이루어 질 것이다. 흥행성이나 사람들의 참여도가 타행사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주민들이 참여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은 지역의 기관과 대학들이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과 대학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역에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과 그러한 갈증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문학과 관련된 행사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의 기관들이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이번 2018 인문 주간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된다. 현재 우리 지역과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 군산은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인문주간 행사를 지역의 대학과 연계하여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열세번째 시행되는 인문주간 행사의 부제목이 '화해와 상생의 인문학'이다. 그렇다. 인문학은 그 어떤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학문이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자리 창출, 신산업 성장 동력 모색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중심에 인문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기관과 대학이 내 주변 어디에나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인문학 생태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깊어가는 가을, 비록 우리 지역에 인문주간 행사는 없지만 책이라도 한 권 읽으면서 자신을 성찰해 보며 정신을 살찌우는 'Self 인문주간 행사'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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