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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조선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관련 산업이 집중돼 있는 울산 등 동남권의 서비스업, 소비 관련 지표가 동반 하락했다. 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완화로 중국 등 외국인관광객이 대폭 늘면서 지역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다른 시·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을 양대 주력산업으로 성장해온 울산은 이들 산업의 기초체력 저하와 타시도에 대비한 상대적인 도태로 인해 '도시쇠락'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 울산·부산·경남·전북만 지표 하락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인천 등 11개 시·도에서 증가하고, 울산 등 4개 지역에서 감소했다.

울산이 0.2% 줄었고, 전북(-0.6%)과 대전(-0.4%)도 서비스업 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인천은 2.6%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고, 이어 서울(2.3%)과 강원(1.7%), 충북(1.6%), 대구·광주·경기·전남(0.7%) 등도 모두 올랐다. 제주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 소비경기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3분기 소매판매는 지난해와 비교해 제주 등 12개 지역에서 늘었고, 마찬가지로 울산과 경남, 전북, 부산에서 감소했다. 특히 제주 지역이 9.6% 증가해 가장 증가폭이 컸고, 서울(5.4%)과 인천(2.4%), 강원(2.3%), 경기(2.1%) 등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울산과 전북은 -1.2%, 부산도 -0.6%를 나타냈다. 경남은 2.3% 마이너스로 가장 감소폭이 컸다.

4개 시·도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패턴에서 같은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이 자동차와 조선 의존도가 높고, 이들 산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다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드 영향이 완화되면서 중국 등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인천과 제주지역은 인구도 늘면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크게 증가했다"며 "그러나 울산과 부산, 경남, 전북 등은 자동차와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이 부진에 GM군산공장 폐쇄 등 악재에 인구까지 빠지고 고용 여건도 나빠지면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를 꽁꽁 얼려버린 자동차,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올 3분기 들어 실적 반토막을 기록했다. 올 3분기 잠정 순익은 2,692억 원으로, 전년 동기(9,391억 원) 대비 67% 감소했다. 누적기준 순익은 1조 8,48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이었던 3조 2,85억 원보다 43% 감소했다.

# 인구 유출 가속화 도시 쇠락 불가피
수년간의 보릿고개를 넘기고 최근 수주 절벽에서 벗어난 조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 2,419억 원, 영업이익 289억 원을 기록하면서 4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는 비주력사업인 해양플랜트의 체인지오더(C/O) 체결에 따른 것으로, 주력 사업부문인 조선은 여전히 부진하다.

조선부문의 경우 수익성이 개선된 선박 수주에도 불구하고, 지체보상금 등 일회성 비용 발생, 원자재가 상승과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오히려 3,0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감소세를 이어왔던 인구도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 중심으로 유출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15~19세 인구는 지난 2000년 -304명, 2005년 -663명, 2010년 -96명, 2015년 -719명, 2016년 -876명 순으로 꾸준히 줄어들었고 지난해들어 유출 인구가 1만명 대를 넘어섰다. 

20~24세는 2000년 305명으로 늘었다가 2005년 -714명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2010년에는 -1,306명까지 유출 숫자가 확대됐고 장기불황이 시작된 2015년 -1,224명, 2016년 -1,845명까지 늘어났다. 자동차 및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울산 등 동남권은 대기업 부진에 따른 중소기업의 몰락으로 호황에서 쇠락으로 가는 사이클을 한동안 견뎌내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2009년 금융위기 때도 대기업 제조업 생산이 4.3% 감소했을 때 중소기업은 두 배 수준인 8.8%나 급감했었다"며 "이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특성이 불러온 현상으로, 최근 자동차·조선업 불황이 중소기업으로 번지면서 그때와 같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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