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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 읽는 남자 외른 회프터 지음·파우제·320쪽
독일의 젊은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는 우리가 하루 중 언제, 어떤 옷을 입고 어느 슈퍼마켓에서 무슨 제품을 사는지 남몰래 관찰하는 괴짜다. 그는 도심과 외곽 지역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을 드나들며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독일 사회의 구성원들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타인을 꽤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토록 많은 낯선 사람들이 오고 가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그는 구매품을 기준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와 계층을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 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등 10가지로 분류했다.
자동차를 끌고 온 여성을 통해 시민 중산층의 삶을,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남성에게선 '힙스터'의 태도를 엿본다. 저자는 삐딱하게 제멋대로 남들을 관찰하고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재치 있는 방법으로 타인과 사회를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 나의 노열패밀리 백지영 지음·미래문·254쪽
백지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2007년 등단한 저자는 첫 소설집 '피아노가 있는 방'에서 형식 파괴를 통한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충실히 반영하는 근대소설의 모험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저자의 장기인 안정적인 서사구조 위에 한 가족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나의 노(no)열 패밀리'에서 '나'의 가족은 로열패밀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정한 로열패밀리란 어떤 가족일까. 그것이 확실히 정의될 수 있을까. 실체가 없는, 확실히 정의되지 않는 로열패밀리가 되기란 예상대로 쉽지가 않다.
저자는 로열패밀리를 되기를 꿈꾸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꿈을 이루기 쉽지 않은 '노(no)열 패밀리'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모두가 욕망하지만 허울뿐이고 실체가 없는 그것. 이건 일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일류 회사에 취직하지 못해 기죽어 사는, 일류가 되기 위해  기를 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박산호 지음·북라이프·236쪽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 걸까. 경험이 많다는 건 정말 좋기만 한 걸까.
저자는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에 서 있지만 자신이 진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지, 자각도 자격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이끌어줬던 마음들을 잊지 않고 책에 담아 '어쩌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다정한 응원으로 돌려주고 있다.
또한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사람에, 일에, 노력에 배신당해도 성실하게 자신의 시간을 쌓아가며 어른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몰래 촛불 한 자루를 켜주는 마음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는 게 마음 같지 않지만 분명 인생이 다정해지는 시기가 온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침반이 돼 줄 것이다.


 

# 잠들지 않는 토끼 가토 에루테스 사토시 지음.·한즈미디어·276쪽
'잠들지 않는 토끼'는 기계 뇌에 관해 배우고 싶은 사람,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에 관해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제대로 원리 원칙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기계 뇌의 실제 사례를 보고 직접 응용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데이터를 집약할 수 있는 플랫폼과 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을 다룬다. 이 시스템을 '기계 뇌'라 부른다. 이 기계 뇌를 도입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구글'과 '아마존'이 있다. 이들 기업을 남들이 자고 있을 때도 밤낮으로 뛰는, '잠들지 않는 토끼'라 칭한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변화는 그러한 기술에 관련된 회사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훨씬 더 광범위한 사건인 것이다. 
이 책은 기계 뇌를 비즈니스에 활용해야 할 담당자, 경영진 등 기계 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모든 비즈니스맨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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