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숙의 민주주의' 시작을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안사업을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이 직접 결정하면서 참여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도 찬반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 해결을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울산시는 시립미술관을, 부산시는 버스중앙차로제 시행을, 대전시는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광주시는 도시철도 2호선을 각각 공론화에 부쳤다. 다양한 논란에 생기기도 했지만 행정이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울주군도 공론화는 아니지만 행정 결정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바로 울주종합체육공원 주경기장의 용도 변경안이다. '울주군에 축구장이 너무 많다'는 이선호 군수의 지적에 따라 축구장 용도인 주경기장을 실내체육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주민들에게 묻고 있다.

주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공청회, 추가 전화 설문조사 등을 거치는 등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여론을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축구장에 대한 군수의 부정 인식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설문조사 문항지에는 변경안 선택전 군내에 축구장 시설 과다하고 이용률 저조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전제됐다.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공청회에서도 군수는 직접 답변에 나서 운동장 원안 조성 및 동시 건립 주장 등 반대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을 뿐이다. 70%에 가까운 주민들은 체육공원이 조성되는 사실조차 모른채 여론조사에 참여했고, 공사 중단한 후 계획을 변경했을 경우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은 없었다.

'답정너'라는 신조어가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이다. 이번 여론수렴이 군수의 의도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않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