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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있어. 말할 때보다 입 다물고 자고 있는 편이 나아"
카밀로의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카밀로에게 술심부름을 시킨다. 카밀로가 사는 메데인은 소도시다.
메데인에는 케이블카가 있고 크고 우람한 도서관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도서관을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
도서관을 지을 때 카밀로는 벽돌을 훔쳐서 집 담을 쌓는데 썼다. 그리고 훔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외벽을 진흙으로 펴서 바른다.
그런데 비가 내리면 진흙이 물에 씻겨서 사라지고, 비가 그치면 카밀로는 다시 진흙을 펴 바르는 일을 반복한다.
아빠에게 시멘트를 사서 바르자고 말했다가 오히려 혼만 나고 마는데.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삶에서 그 모양과 빛깔이 달라진다.
카밀로와 친구 안드레스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도둑질이 일상이 되어버린 카밀로는 꿈도 도둑이 되는 것이다.
카밀로의 의지보다는 환경이 도둑질을 하도록 몰아간다. 결국 도서관 책을 훔쳐서 팔아 술을 사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도 카밀로는 마을을 사랑한다. 가끔씩 먼 곳을 바라볼 때도 있지만 살던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안드레스는 카밀로의 둘도 없는 친구다. 언제나 곁에서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주는 친구, 삶을 진솔하게 살아갈 때 말하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생긴다.
거기에 더해서 카밀로를 마음으로 지켜보던 또 한사람 마르. 마르는 도서관 사서다.
카밀로에게 사진을 가져오면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언제든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하는데 카밀로의 관심은 오로지 책을 훔치는데 있다.
그러던 어느날 카밀로가 마르에게 묻는다.

"저게 탐지기예요?"
"그렇단다"
마르가 대답했다.
"그런데 왜 경보음이 안 울리고 빨간 불이 안 켜졌어요?"
"내가 탐지기 주인이니까"
마르가 대답했다.
"내가 원할 때만 작동이 되거든"

마르는 그동안 카밀로가 책을 훔쳐간 일을 알고도 묵인했던 것이다. 도서관을 빠져나온 두 소년은 마음이 복잡하다.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일은 큰 사건이다. 카밀로에게 마르는 큰 행운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처지에 기죽지 않고 오롯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소년의 용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우리는 너무도 많은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산다. 또 핑계거리를 찾는다. 세상은 불평을 가질 일도 핑계거리를 찾을 일도 없다. 그저 묵묵히 앞을 보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읽으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알려준다.
꽉 찬 가슴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두 소년의 대화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아동문학가 최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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