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여전한 개정 주택법 불법 부추겨
허점 여전한 개정 주택법 불법 부추겨
  • 김주영
  • 승인 2018.11.1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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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업자만 배불리는 지역주택조합 난립(下)
대행사 입맛대로 조합규약 만들어
가입·탈퇴 등 악용 조합원만 피해
지자체 수사 권한 없어 규제 한계
제도 폐지 등 정부차원 대책 절실

울산 지역주택조합사업지 여러 곳에서 6·3주택법 개정 후에도 법상 빈틈을 악용해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을 횡령, 배임한 혐의로 경찰 수사나 소송이 잇따르고, 회계서류 등을 공개하지 않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도 빈번하다. 울산시와 5개·구군은 피해방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수사 권한이 없고 법상 빈틈은 여전해 제도 폐지나 법령 개정 등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 피해 조합원들은 "정부가 제대로 관리도 못할 거면서 이런 제도를 방치해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등 정부나 정치권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지주택 조합 태생적 한계 못 바꿔
국토부는 지난해 6월 3일 지역주택조합 피해가 커지자 주택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개정안도 조합원 모집부터 탈퇴까지 악덕 업무대행사가 악용할 틈이 단계마다 도사리고 있단 점이다. 행정관청에 모집신고를 한다지만,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사업이 시작되는 태생적 구조상 사업계획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밖에 없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구 D지역주택조합추진위 사업지 C업무대행사가 남구청에 제출한 사업계획만 봐도 토지매입에 2달이 걸리고 준공까지 2년 안에 끝나는 사업계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행정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만 이를 반려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사업지 내에 명백하게 그린벨트나 문화재 보호구역, 기존 사업지가 있는 등 도시계획상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성을 이유로 민간사업에 가까운 조합사업을 제한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피해 조합원들은 구청에 인가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사업에 신뢰성을 갖는 상황이다. 개정된 국토부 표준규약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업무대행사 입맛대로 이용되고 있다. 현장에선 대부분 대행사들이 주택법 제20조 제2항에 필수로 포함돼야 하는 사항만 넣거나 자신들이 유리한 조항만 넣어 조합규약을 만들기 때문이다.

# 표준규약 강제성 없어 조합 맘대로 이용
중구 B지역조합추진위, D지역주택조합, 최근 수사를 받는 남구 D조합 규약 등 본보가 입수한 3개 조합규약 모두 국토부 표준규약상 업무대행사의 업무추진비 지급기준을 따르는 곳은 없었다. 조합원들은 사업 추진 댓가로 1,000여 만 원에서 많게는 1,500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낸다. 표준규약에선 모집인가, 사업승인, 사업준공, 착공 등 단계별로 20%씩 가져가게 했지만 중구 D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승인만 되도 90%를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다.

창립총회 전 계약자 신분과 관련해선 아예 규정이 없었다. 계약을 하는 순간 업무추진비는 전액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조합원이 되면 빠져나오는 건 더 어렵다. 몇몇 조합원이 탈퇴할 경우 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낸 분담금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마저도 탈퇴가 안되는 곳도 있다.

북구 중산매곡조합에서 탈퇴한 한 조합원은 "5,000만 원을 포기하고 조합을 탈퇴했다. 민사소송 중이지만 돈은 돈대로 들고 지칠대로 지쳤다"며 "볕이 잘 안 들어 새 집 한 칸 싸게 사려던 게 처참한 결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업무용역과 조합원 계약 관계, 또 업무추진비 사용범위나 지급시기 등에 대해 법상 강제규정으로 조합규약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행정당국은 국토부 법령이 애매한 부분도 많아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 법령 애매한 부분 많아 고발 어려워
울산시 관계자는 "과대광고를 단속하려고 해도 거짓과 과장으로 조합가입을 알선한 자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거짓과 과장이 어느 정도이며 알선은 정확히 누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사업을 막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고발했다가 문제가 없다고 할 경우 역소고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피해 조합원들과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나 정치권 등 범정부가 나서 이 제도를 폐지하던지 법령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울산시 역시 지난 3월 국토부 참관 회의에서 부산시, 경남도 담당자들과 이 제도의 폐지를 건의했다. 부산 등은 2016년부터 강력히 폐지를 촉구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3개월 만에 준공되는 등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 곳도 있어 폐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법령 개정이나 폐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국토부의 입장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있다. 전국에서 지역주택조합이 가장 많은 울산과 인근 부산, 경남, 광주 등 지역이 겪는 어려움과 정부가 느끼는 온도차가 다르단 것이다.

한 업무대행사 관계자는 "경기에서 업무대행사를 하다가 울산에 와서 보고 놀랬다. 경기에선 선투자를 하는 업무대행사도 많아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며 "울산에선 조합원 자금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금전사고도 더 생긴다"며 "건실한 대행사들이 많은 서울 경기 수도권과 지역은 상황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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