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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도서관 도시 울산을 꿈꾸며'란 제목으로 옛 울주군청 부지를 민간이 아닌 울산시에 매각하기를 바라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다행히 울주군청 부지가 10년 분납 조건으로 울산시에 매각될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시는 공업탑이 가까운 교통 요지의 노른자위를 손에 넣게 됐다.

이 요충지에 무엇이 들어설지 시민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파트, 상가, 각종 편의시설 등 들어설 시설은 많겠지만 필자는 다시 한 번 도서관 건립을 제안한다. 사람이 가진 기량이나 재능에 알맞은 역할을 맡기는 것을 적재적소라고 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땅도 무엇을 하기에 적합한 '적지'라는 것이 있다. 군청 부지는 바로 도서관 건립 적지다.

독서가 유익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도서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서관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지난 4월 개관한 울산도서관은 버스 노선이 충분하지 않아 접근성 측면에서 취약한 편이다. 울주군청 부지는 지역 교통 요지다. 울산 전지역으로 이어지는 버스 노선이 갖추어져 있어 굳이 승용차를 타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도서관은 모든 연령층에게 개방된 공간이지만 우리는 미래의 기둥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이 특히 많이 이용하길 기대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쉽게 이용하려면 접근성이 좋아야하는데 울주군청 부지야말로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울주군청 부지에 도서관이 들어선다면 문화관광 허브가 될 수 있다. 미국 최대 공공 도서관인 뉴욕 공립도서관은 바로 옆에 브라이언트 공원이 있어 더욱 각광 받는다. 도서관과 공원을 함께 다녀가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군청 부지 바로 뒤에 넓은 울산대공원이 있다. 태화강과 십리대밭도 근처에 있다. 남산을 한 바퀴 도는 하늘길과도 만난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촘촘한 구상을 한다면 도서관 투어나 트레킹 코스로 연계해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갈수록 제조업 위기가 불거지는 가운데 지자체마다 미래 산업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문화관광이야말로 환경과 기후변화 도전을 받고 있는 요즘 경제적 부가 가치가 큰 분야이다. 옛 군청 부지에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면 교통이나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개발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옛 군청 부지 인근은 학교 등 교육시설 밀집지라 도서관 건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단일 지역에 청소년이 가장 많이 모여 있고 청소년 유동 인구도 많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남구도서관이 있지만 오래되고 협소해 이용하기 불편하다. 청소년 일탈이나 방종, 학력 저하 등을 일갈하기 전에 제대로 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토론하며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이란 공간이 절실한 까닭이다.

요즘은 도서관이 책 대여 뿐 아니라 공연장, 전시관, 강의·휴게실 등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이야말로 문화시설 중심축인 셈이다. 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도서관이 들어서면 지역 주민의 문화 감수성과 학습능력, 미래 안목 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효과가 크니, 주민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이 만한 것이 없다.

빌 게이츠는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이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보르헤스는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하나의 천체, 나아가 우주로 비유했다. 도서관은 인류의 모든 것이 보존된 기억 창고이자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로 나아가는 문이기도 하다. 울산은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절대 부족하다. 그러므로 도서관 건립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울주군청 부지는 접근성, 문화관광 요충지로서의 역할, 교육시설 밀집지로 이용자의 주축이 되는 청소년층이 두텁다는 점 등에서 도서관 건립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물론 시가 구상 중인 행복주택이나 여타 다른 시설 건립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은 다른 데서도 건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서관은 지금,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 울주군이 용단을 내려 시에 군청부지 매각을 결정한 것처럼 울산시도 백년대계를 위한 용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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