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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최대 현안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문제와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울산시의 오락가락 행정이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시의회 행정감사장에서 나왔다.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시행된 물관리 일원화법과 국무총리실의 적극 중재로 해법을 찾는듯하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의는 울산시가 정부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행복케이블카 문제도 추진과 백지화 입장을 번복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종반으로 접어든 지난 16일 행정자치위원회의 문화관광체육국에 대한 행감에선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와 행복케이블카 사업이 집중 거론됐다. 특히 울산시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직결된 울산의 물 문제와 관련, 지난달 18일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울산시와 대구시, 구미시가 물 분배에 합의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당초 환영 입장과 달리 사실상 거부의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석광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날 감사장 답변에서 "수위 조절조차도 항구적인 보존대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울산시민의 맑은 물을 희생시켜야 하는 안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이 이 답변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되, 물 부족분은 경북 청도 운문댐 등에서 끌어오기로 한 총리실을 비롯한 해당 지자체와의 합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반구대 암각화와 영남권 물 문제에 대해 "청도 운문댐 물을 대구·울산이 공유한다는 전제 하에 울산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고 합의했다는 발언을 정면 부정한 셈인데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미형 의원은 "암각화 보존 문제는 지난 십 수년간 이어져온 문제인데, 이제 민선 7기가 출범한 만큼 송철호 시장의 결단력으로 이 문제를 과감하게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김 의원은 이어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등재된 중요한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의 보존과 물 문제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오랜 시간 고민한 문제인 만큼 이제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고호근 의원은 "물 문제와 문화재 보존 문제를 각각 다른 차원에서 추진할 여지는 없느냐"며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부족을 해결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감사에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의 질문은 울산시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보조사업비 20억 원을 전액 삭감한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고호근 의원은 "시장이나 군수가 바뀔 때마다, 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난 18년 동안 오락가락하다가 사업을 그렇게 쉽게 중단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사업에 기대를 건 울주군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기고 행정 불신을 자초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에 대해 의원들이 각을 세운 것은 지난 8월 송 시장이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안 노선을 발굴하겠다고 한 발언과 달리 불과 석달 만에 내년도 당초예산에 반영한 행복케이블카 예산 20억 원을 전액 잘랐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당장 내년부터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예산을 삭감했다고 해명하면서도 행복케이블카 대안 노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발을 뺏다.

서 국장은 이날 감사장에서 "시에서는 행복케이블카를 다시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린 적이 없다"면서 "향후 사정 변경이 생겼을 경우 대안노선을 찾겠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재추진에 대한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자세를 취했다.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이들 사업에 대해 울산시가 이처럼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데 대해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하루속히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질타는 시민사회에서도 쏟아졌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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