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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최근 한달동안 배럴당 20달러 가깝게 급락한 국제유가로 불안한 4분기를 보내고 있다. 비싸게 구입한 원유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3년간 이어진 호황으로 올해도 기분 좋은 마무리를 준비하던 정유4사엔 예상치 못한 변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중동 두바이유(Dubai)는 배럴당 67.6달러로 전주(9일)에 비해 3.2% 하락했다. 지난달 3일 84.1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약 40여 일만에 19.6% 급락한 것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56.50달러, 66.8달러를 기록해 10월 초 대비 각각 26%, 34.5% 떨어졌다.
지난달 초까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등 공급 우려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막상 트럼프 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에 제재 예외를 허용하면서 급락현상이 발생했다.
산유국들이 이란 제재를 의식해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외려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에 따른 시차효과(래깅효과)와 재고평가손실로 4분기 실적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정유사업 실적은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갈 때 가장 악화된다.

구입 원가는 높은 대신 제품값은 유가 추이를 반영해 바로바로 떨어져 정제마진(제품가격과 원료가격의 차이)이 나빠져서다. 실제로 10월 첫째주 배럴당 5.5달러이던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11월 둘째주 손익분기점(4~5달러) 인근인 4.8달러까지 내려왔다.
이미 확보한 원유의 재고 가치도 낮아져 관련 평가손실도 생긴다.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약 30~45일 걸린다. 10월 초 80달러 대에 구입한 원유를 판매하는 11월 초중순 무렵 시장가는 60달러 대여서 회계장부에 그 만큼 손실로 처리해야해서다.

국내 정유4사는 2014년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급락으로 처참한 한해를 보낸 경험이 있다. 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가 하반기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만 2조원을 기록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7년, GS칼텍스 6년, 에쓰오일은 34년 만에 연간기준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3사의 정유사업 영업손실 규모만 2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3년여간 이어진 호황으로 정유4사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합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정유업황이 침체되자 석유화학부문에서 파라자일렌(PX) 시황이 크게 반등하는 행운도 따랐다.

기분 좋은 피날레를 준비하던 정유사들은 막바지 추락하는 유가가 반가울리 없다. 유가 하락흐름이 계속되면 정유4사의 재고평가손실이 1조원이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최근 유가 급락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잘 지은 농사가 막판에 엎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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