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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68%가 원자력 발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를 결정하면서 탈원전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사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원자력계는 이런 의견이 에너지 기본기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국민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실시한 것으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다. 이 조사는 원자력학회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만19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에서 향후 원자력발전의 비중에 대해 응답자의 35.4%가 '늘려야 한다', 32.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28.5%였다.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 물음에는 '찬성' 69.5%, '반대' 25%였고, 안전성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가 57.6%, '안전하지 않다'가 36.8%였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44.8%)와 '못하고 있다'(46.5%)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은 지난 8월에도 한국리서치를 통해 같은 문항의 인식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 대상자의 37.7%가 '원전 확대'에 동의했고 '유지' 31.6%, '축소' 28.9% 순으로 나타나 이달에 수행한 조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해서도 당시 조사 대상의 71.6%가 찬성했고, 26.0%는 반대 의견을 냈다.

김명현 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8월 조사에서 '더워서 조사결과가 왜곡됐다'는 반론이 있어 (전력 수요가 많은) 폭염기나 동절기가 아닐 때 조사를 재진행했다"며 "조사 기관은 달랐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3개월 단위로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인식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정부도 다른 방법으로 국민의 의사를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다른 방향이다. 무엇보다 최근들어 미세먼지 공해로 인한 피해가 악화되고 있어 청정연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 인식을 국민들도 상당수 하고 있다. 

다만 원전의 사고위험이나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GW(기가와트)급 석탄발전소 하나가 연간 500만~6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비해 원전은 발전 과정의 배출량은 거의 없다. 탈원전을 내건 현 정부 출범 후 1년간 발전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1,800만t 늘었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원전은 미세 먼지도 일절 발생시키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백지화를 결정한 6기의 건설 예정 원전에 포함된다. 

문제는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경우 이미 2015년 계획이 확정됐고, 앞서 부지를 매입한 것은 물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설계용역비 2,700억원까지 투입된 상황이다. 더구나 건설을 맡은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주(主)기기 제작을 위해 4,900억 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손해배상 등 심각한 법적 문제가 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정책 결정을 중단한 데 따른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의식해 이사회에서 건설 중단 결정을 여전히 추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경우도 특정 정당의 지향점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세계의 흐름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원전 굴기'론이 한창이다.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대기업, 원자로 제조사 등 민관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어떤가. 탈원전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첨단 원자력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탈원전을 외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적인 문제이자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앞으로의 지향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하낟. 그래서 에너지 문제를 안전과 환경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고 어려운 문제다. 사회각층의 진지한 숙의 절차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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