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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金珖燮, 1905~1977): 함북 경성 출생. 초기에는 꿈과 관념, 허무의 세계를 노래했고, 이후에는 인생 자연 문명에 관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동경'(1938),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 '김광섭 시선집'(1974) 등이 있다.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가을 추수가 끝난 벌판으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면 여름보다도 더 밝고 총총한 별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리도 많던 별이 차츰차츰 그 수가 줄어드는가 싶었는데 요즘 하늘을 바라보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살아오면서 큰 업적을 남기거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을 별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별이 되는 꿈을 꾸어오긴 했지만, 정녕 하늘의 별은 문화가 발전할수록 계속 잃어만 왔었다. 빛이 밝을수록 사라지는 별은 어디에서 만나랴. 얼마 전에 별을 찾아 다니시는 분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취미생활이라 하지만 이미 전문가 수준의 관찰과 연구로 별 아저씨라 불러줄 만큼의 박식하신 분을 만난 것도 인연이지만 저 우주 어디에선가 빛나는 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을 거라 생각했다.
별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첨성대와 같은 관측기구가 있었고, 첨성대가 아니더라도 석장동 암각화, 교촌 구멍바위 암각화, 서악동 구멍바위와 같이 용혈 자국에 칠성신앙과 연계된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친 곳이 많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별에 대해 무관심해서 그렇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어쩌면 꿈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이 되기 위해 밤마다 꿈을 꾸고, 별을 찾아 밤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어쩌면 일상의 한 부분일지라도 별을 잃고 꿈을 잃은 사람에게 저 하늘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정말로 중요한 사실은 태양이나 지구나 달 모두 제자리에 가만있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의식 속에서 자각을 잃어서 느끼지 않는다 해도, 생명이 있는 한 움직이는 것들 중에 사람도 포함되겠지만 바람에 흩어지는 별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모여드는 별로 살아나기 위해 서양이나 동양에서나 별을 향한 마음은 모두 똑같을 거라 생각해 본다. 한 때 흥얼거렸던 노래로 목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지금도 별이 되고픈 마음이 꿈틀대고 있는데 오늘도 밤하늘에 나타날 별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까. 저 하늘의 별 중 하나는 분명 윤동주 시인의 별일 텐데 별을 노래했던 또 한 명의 시인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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