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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내린다. 비처럼…바람이 잔잔해 지자 낙엽이 깃털처럼 사뿐히 땅에 내려앉아 어느새 수북이 쌓였다. 골목골목 거리들이 폭신폭신 해 보인다. 가을의 끝자락, 낙엽은 많이도 떨어졌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있고 여전히 노랑 빨강 예쁘게 색칠 되어진 채로 서있는 나무들도 많고 참 예쁘고 또 예쁘다. 

가을의 낭만에 빠져있는 나에게 꼬맹이가 해맑게 묻는다. "나뭇잎 색깔이 왜 변해? 왜 떨어져?" "음…가을이니깐…겨울이 되려고" 내가 생각해도 어설픈 대답이었다. 

역시나 지나치지 않고 꼭 집어서 "왜 겨울이면 그래야 되는데? " 아…나무도 겨울잠 자야 된다고 말할까…잠깐 동안의 혼란 속에 정신 차려 말한다. "그러게…엄마도 모르겠네. 왜 떨어지지? 나뭇잎도 매달려 있어서 피곤한가? 좀 쉬려고 그런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며 씽긋 웃는다. "그런가보네" 사실 당연히 때가 되면 일어나는 일들이라 달리 생각해 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낙엽이 왜 떨어지는지…

매번 오는 가을 당연히 지는 단풍, 아침에 해가 뜨고 밤이 되면 깜깜해지는 그렇게 늘 일어나는 일들이 갑자기 고마워졌다. 

라디오에서 'Danny Boy : 아,목동아!'가 흘러나오는데 어찌 이리 좋을까. 어릴 때도 난 이 노래가 참 좋았다.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북아일랜드에서 불려 졌던 민속노래를 1913년 아일랜드의 변호사이며 시인이었던 프레데릭 웨덜리<Frederic Weatherly:1848-1929>가 작사해 레코드로 취입하며 대중에게 알려져 사랑받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 곡은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어지고 또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불려 진 음반들이 발매되며 얼마나 이 곡이 사랑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 <Edvard Greig:1843-1907>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2악장' 이었는데 묘하게 두곡이 닮아 보였다. 기분 탓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그리그 또한 노르웨이의 민속음악을 자신의 음악에 담고자 노력했고 이 협주곡은 그가 노르웨이 민족음악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시도한 첫 번째 대작이며 크게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민요, 민속 리듬 그리고 노르웨이의 대자연등을 떠오르게 하는 민속적 색채 등이 이곡의 곳곳에 녹아져있다. 

'그리그'란 이름만 들으면 생소한 작곡가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하고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멜로디('페르귄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 아니트라의 춤, 산왕의 궁전에서, 솔베이지의 노래)를 많이 갖고 있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많은 작품들을 작곡한 작곡가이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연주되어지는 곡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쓴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그리그는 스물 다섯 살에 이곡을 작곡했는데 음악가로서 인정받으며 큰 성공을 이루는 시기였으며 결혼하고 아이도 생겨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한 곡인만큼 생기가 넘치며 풍부한 감수성이 넘치는 곡이다. 

놀라운 것은 그 당시 큰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곡을 예순 네살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까지 마지막 개정작업을 거쳐 일곱 번 이상의 개정을 시도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이 대단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글의 시작을 적을 때 까지만 해도 다른 노래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뭘 적으려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좋은 선곡이었다. 아침에 부엌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여차저차 새벽 4시 그 자리에 앉아 글을 마무리한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부엌에서 아직도 아침에 흘러나왔던 그 노래들이 귓가에 또렷이 들리는 것 같아 미소 짓는다. 

당연한 일들, 똑같은 일상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불만이 더 잦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 당연한 일들 다시 반복될 뻔한 내일이 눈물 나게 고맙다. 가을이 이렇게 끝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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