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덕출 문학상]
[제12회 서덕출 문학상]
  • 강현주
  • 승인 2018.11.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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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약자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안과 희망 돋보여"

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된 '서덕출 문학상'이 열두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아동문학인 사이에서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제12회 서덕출 문학상'에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장영복, 조희양 작가의 수상 소감을 들어본다. 작품의 심사평과 심사위원들이 꼽은 수상 작품집 속 주요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울산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2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지난 2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김시민, 박영식 심사위원, 권영상 심사위원장, 김진영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김미희 심사위원이 후보 작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울산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2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지난 2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김시민, 박영식 심사위원, 권영상 심사위원장, 김진영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김미희 심사위원이 후보 작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 심사평
서덕출 문학상은 아무래도 서덕출의 생애와 문학적 성취, 그의 문학 빛깔과 무늬에 걸맞는 작품을 찾아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덕출은 장애를 가지고 살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 애쓴 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선생의 그런 면모에 부합하는 동시집 <똥 밟아 봤어?>와 동화집 <혀 없는 개, 복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장영복의 동시집 <똥 밟아 봤어?>는 꽃다지, 비닐봉지, 제비꽃, 개미, 땅강아지 등의 낮은 곳에서 조용히 숨죽여 사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눈길이 가 있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그들 편에 서서 그들에게 웃음과 위안과 희미하나마 작은 희망을 보냅니다. 세상을 향하는 시인의 애정과 따뜻함이 손끝에 따뜻이 느껴지는 동시집입니다.
조희양의 동화집 <혀 없는 개, 복이>는 혀가 잘린 개, 복이가 수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이겨내는 이야기입니다. 혀 없는 개 복이는 마음이 따뜻한 수다쟁이 아줌마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새끼를 낳고, 기르고,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과 동물 본연의 이별을 겪어가는 휴먼 스토리입니다. 이 글은 혀가 잘린 불구의 복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장애를 가진 사람의 설움과 삶의 절박함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이야기를 무리 없이 이끌어가는 힘과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울림이 큰 작품입니다. 두 분의 수상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일동


 

■ 장영복 작가 수상소감
팔뚝만큼 굵은 개똥이었습니다. 단풍사진 좀 찍으려다가 웬 날벼락이냐 찡그린 얼굴로 여기저기 똥을 닦고 다녔지요. 그러다 풀썩 웃음이 터졌습니다. 진짜 똥이 나오는 시를 쓸 수 있으려나 싶었거든요. 똥 밟은 동시를 구상하는 즐거움에 구린내는 날아가고 자꾸 웃음이 났습니다. 소소한 기억이나 어린 존재들로부터 시가 찾아왔습니다. 그 존재들과 오늘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달 겨울잠 자듯 침묵에 잠긴 제게 후배의 카톡이 울렸습니다. 문학상 추천의 글과 제 동시집을 사진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내가 뭐라고…이미 상은 받은 듯 했습니다. 상이란 사람의 일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하늘만큼이나 후배로부터 얻은 사랑이 귀했습니다. 오늘 신께서 사람들 사이를 걸어 제게 오셨나봅니다. 눈부십니다. 이토록 멋진 자리를 허락하신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동시동네에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애정 어린 가르침 주시는 선배님들께 고개 숙입니다. 새싹처럼 초롱초롱 웃다가도 멋진 훅을 한방씩 날려주시는 후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저의 동시집을 내느라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낸 스콜라 출판사도 고맙습니다. 사람 숲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장영복: 《아동문학평론》 신인상(동시)으로 등단.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 『고양이 걸 씨』, 『똥 밟아 봤어?』를 펴냈고 『호랑나비와 달님』, 『여름휴가』, 『도토리 쫑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그림책 글을 썼다.


 

■ 조희양 작가 수상소감
구치소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제 동화책 『혀 없는 개, 복이』를 참고로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혀가 없는 개, 이름표 대신 숫자표를 붙인 재소자들, 신체만 멀쩡했지 정신적 결함이 많은 저까지 완성체는 없었습니다.
이질적인 생들이 모여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동안 우리는 평화롭고 즐거웠지요. 혀가 없는 짐승도, 갇힌 죄수도, 온전하지 않은 인격체도 사라지고 오직 존귀한 생명체들로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습니다.
먼 곳에 계신 서덕출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리들의 시간을 지켜보고 계셨나 봅니다. 선생님의 존함을 듣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새처럼, 벌처럼 날아다녀야 할 어린 시절부터 붙박이별로 지내신 선생님. 불우한 삶속에서도 정이 듬뿍 묻어나는 살가운 작품으로 세상을 위로한 하늘나라에 계신 선생님. 당신처럼 불편한 몸이었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 간 복이를 반가이 맞아 주셨겠지요. 이제 복이가 못다 피운 꿈을 복이 엄마인 저더러 피우라고 격려의 큰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소명이 깃든 서덕출 문학상이 높이 빛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복이를 불러주신 울산신문사와 심사위원님들께 큰절 올립니다.

△ 조희양: 2007년 창주아동문학상,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현재는 초등학교 방과 후 독서논술 지도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첨성대 안에서 나온 소녀』, 『혀 없는 개, 복이』, 『움직이는 꽃밭』이 있다.


 

■ 수상작 소개 똥 밟아 봤어? 장영복 글·이나래 그림

# 똥 밟아 봤어?

고목나무 단풍이 하도 예뻐서
사진기를 꺼내 들었어
나무가 화면에 담기지 않아
뒷걸음질 칠 때
물컹,
개똥 밟았어

으악,
똥 묻은 발로
엉기적엉기적 걸었어
풀숲에 쓱쓱 닦았어
진흙에 뭉그적뭉그적 뭉갰어
물가에서 철버덕철버덕 비볐어

어땠냐고?
구렸어
닦아도 구렸어
오래오래 구렸어
생각만 해도 우욱!

너, 똥 밟아 봤어?

# 아따 좋겠네

남태평양 어느 작은 섬 아이들은
바다를 두드리며 논대
바다가 놀이터래

네모난 티브이 앞에 앉아 아빠가 말했어
아따 좋겠네

남태평양 어느 작은 섬 아이들은
바다 장어랑 논대
바다 장어가 아이들 손에서 꼬리 치는 걸
미끄러져 달아나는 걸 나도 보았지

아빠는 말했어, 아따 좋겠네

남태평양 어느 작은 섬 아이들이
춤추며 마을길 누비고
바닷길 누빌 때

네모난 마을
네모난 집
네모난 티브이 앞에 앉아
네모난 비스킷을 먹으며
아빠가 말했어, 아아따 좋겠네

나는 네모난 비스킷만 네모 네모 깨물었네


 

■ 수상작 소개 혀 없는 개, 복이 조희양 글·임종목 그림
이 책은 혀가 없는 한 떠돌이 유기견의 이야기로 새로운 가족을 찾고 싶어 하는 개들의 슬픈 희망을 담고 있다.
 사람에 의해 혀가 잘린 채 떠돌이 신세가 된 셰퍼드 '복이'는 한 아줌마의 배려로 이름도 얻고 빌라 지하에 새 보금자리에서 새끼도 낳는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새끼를 빼앗기고 그리움과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빌라 사람들의 항의를 받아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다시 아줌마의 시골 친정어머니 집으로 보내진 복이.
 그런데 작가는 이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복이는 작가가 거둔 혀 없는 떠돌이 개로, 개를 보호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아픔들을 이야기로 소상히 풀어낸다.
 지금도 유기묘 세 마리와 15살 된 유기견을 가족으로 들여 살고 있다는 작가. 그녀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되는 떠돌이 유기견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삼고서 세상을 향해 '제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한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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