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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김은영 선생님의 동시집 '우주에서 읽는 시'를 꺼내봅니다. 백 년 전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요? 세탁기나 텔레비전, 인터넷이 없던 시절. 빨래는 냇가나 동네 우물 빨래터에서, 저녁이면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옛이야기 들으며 지냈겠지요.
# 한 식구처럼

사람과 소가
한집에 살던 시절
소는 사람 말을 알아들었다.

"이랴!" 는 오른쪽으로 가라
"자랴!"는 왼쪽으로 가라
"워!"는 제자리에 서라
"자자자자"는 빨리 가라

쟁기로 논밭을 갈 때나
달구지로 짐을 나를 때면
사람이 소한테 말을 했다.
소는 사람 말을 알아들었다.

옛날에 소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사람들과 식구처럼 지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소는 사람 말을 알아듣지만, 사람들이 소에게 말을 걸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백 년 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 우주에서 읽는 시

백년 뒤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우주여행 다니느라
시집 한 권의 감동을
알약으로 먹는다.

진공 포장한 고농축 알약
일 년에 한 알만 먹으면 끝이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으른 탓에 밥과 반찬을 하기 귀찮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면 먹으면 배부를 약 한 알을 꿈꾸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날이 오면 밥상이나 식구들이란 말도 사라질 것이기에 도리질을 치고 맙니다.

# 가려운 산

머리카락 같은 나무 사이로
줄지어 산에 오르는 사람들
이처럼 기어 다닌다.

산은 무척 가렵겠다.
 

최미애 아동문학가
최미애 아동문학가

'가려운 산'이란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짧은 시를 읽으며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이 시를 읽으니 어느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산을 찾은 날이 떠오릅니다. "쿵∼쿵!" 산을 오르는 사람들 발소리가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그럴 때면 산은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 때문에 가려운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깨지게 아플지도 모릅니다. 날마다 큰 소리로 울지도 모르지요. 산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중이구나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만 산을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백 년 전 사람들은 산에 오를 때 짚신을 신었을 테지요. 아니면 고무신이거나. 지금처럼 발자국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산, 그 산을 위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최미애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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