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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선물로 청와대에 온 풍산개(사진)가 새끼를 낳아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는 반려견은 원래 2마리였다. 경남 양산 자택에서 기르다 데려온 풍산개 '마루'와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7월 공식 입양한 '토리'가 관저 마당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북한 풍산개 '송강', '곰이'를 선물 받았고, 지난 9일 암컷 곰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았다. 하지만 같이 사는 개들도 신분과 지위는 엄연히 다르다. 마루와 토리는 문 대통령의 개인 애완견이지만 나머지는 국유 재산이다.

청와대에는 역대로 수많은 동물이 사육됐다. 하지만 정권의 부침따라 뛰놀던 동물의 운명도 갈렸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삼청동 주민들에게 선물 받은 '새롬이'와 '희망이'라는 두 마리 진돗개가 청와대 동물농장의 주인이 됐다. 그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르던 꽃사슴이 주인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롬이와 희망이는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줍니다. 기회가 되면 새롬이, 희망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지만 진돗개와 휴일과 밤을 보내는 대통령의 관계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2008년 청와대는 난데없는 사슴공원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에서 암사슴 두 마리와 수사슴 한 마리를 키웠다. 녹지원의 꽃사슴은 'MB 청와대'의 상징물이 됐다. 그 후로 녹지원의 꽃사슴은 26마리로 늘어났다. 꽃사슴 떼는 정원의 꽃과 나뭇잎을 마구 먹어치우고 곳곳에 오물을 남겼다. 녹지원을 지키는 경호원들은 맑은 날에도 커다란 우산을 펼쳐 사람을 위협하는 꽃사슴을 쫓는 데 사용했다는 말도 있다.

MB가 청와대를 떠나자 정치적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꽃사슴 26마리를  서울대공원으로 보냈다. 이 사슴을 다시 경기도에 있는 민간농장에 팔렸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 두 마리도 새끼 5마리를 낳았다. 각각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의 과정을 밟는 동안 청와대에 남은 진돗개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청와대에 남겨진 박 전 대통령의 진돗개는 유기 논란 끝에 3마리는 일반에 분양됐고, 4마리는 진돗개혈통보존협회로 보내졌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선물받은 풍산개 부부인 수컷 '우리'와 암컷 '두리'는 2013년 4월에 죽었다. 서울대공원 측은 "노환에 의한 자연사"라고 4일 밝혔다. 두 마리 모두 14살 안팎에 죽어, 천수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두리'는 이미 노환이 와서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고 갑상선에도 이상이 생겨 털도 많이 빠지고 피부병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은 '우리'였다. 이후 '두리' 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풍산개 부부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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