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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은 시점에 당청 양쪽에서 다양한 잡음이 불길 번지듯 일어나는 양상이다. 

'이게 나라입니까'로 시작한 새 정부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는 말을 이렇게 빨리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삼삼오오 모이는 사람마다 혀를 찬다. 비선실세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청와대의 갑질로 정권의 기둥이 무너졌는데 바뀐 정부는 뭐가 다르냐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문제는 이런 피상적인 현상 때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원이었던 촛불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정부 출범 이후 진보세력이 결집한 대 정부 규탄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 50여 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2018 민중공동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앞서 사전 집회를 가진 뒤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친재벌 정책 등을 펼치며 스스로 촛불 정부이기를 포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중공동행동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재편한 단체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멈춰! 개혁 역주행" "청산! 사법 적폐"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등 팻말을 들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투쟁으로 박살내자" "말로만 노동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공약조차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여권 일부에서는 그래도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은 견고하다는 말로 자위하고 있지만 민심은 이미 짐을 싸는 모양새다. 평론가들은 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잡기 위한 묘책에 혈안이지만 아뿔사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충청과 40대의 지지기반도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8.8%를 기록, 이 기관의 조사로는 취임 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26~28일 리얼미터 조사, 1,50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응답률 7.9%).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TK,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특정 연령대나 계층, 지역이 아니라 전체적인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대전·세종·충청(긍정평가 45.6% 대 부정평가 47.3%), PK(37.6% 대 57.1%), TK(34.8% 대 60.1%) 등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섰다. 연령별로도 60세 이상(긍정평가 35.2% 대 부정평가 57.9%)뿐 아니라 50대(37.9% 대 57.4%)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압도했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시점과 평행해서 여권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기사도 어휘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현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의 움직임이다. 서울시장으로는 처음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의 행보는 연일 뉴스의 초점이다. 박 시장은 최근 2박 3일 지방 방문에 이어 중국을 찾아 국가 지도자와 만나고 베이징대에서 강연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 가도에 나서 자기 정치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대선이 2022년인데 너무 이른 '과속'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여야 합의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 실시가 확정되고 박 시장이 관할하는 서울교통공사가 타깃이 됐지만, 박 시장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태도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는 아예 막무가내식이다. '혜경궁 김씨' 파문에 형 강제입원 문제로 수사의 도마에 올라 있는 그는 정면승부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태세다. 그는 결국 아내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까지 끌어들였다. 당연히 민주당은 술렁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문준용씨 의혹)2012년 처음 제기돼 5년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우려먹은 소재"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제기를 했다면 정말 그 의도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이 지사를 출당시키고, 혐의를 벗으면 다시 들이면 되지 않느냐는 요구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동조하기도 했다. 이철희 의원도 "이재명 지사가 억울하다고 할지라도 지금쯤이면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고 이 지사에 자진탈당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입장은 여전히 탈당 불가다. 그는 SNS에 "배경도 후광도 조직도 없지만 제게는 공정사회를 함께 꿈꾸는 동지들, 국민이 계신다"면서 "어찌 좌절조차 제 맘대로 하겠느냐. 백절불굴의 의지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의 음주사건과 감찰반의 일탈 등 스탭이 꼬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이상신호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고음만이 아니라 이상한 지지기반이 새롭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바로 친북 단체라는 이름의 수상한 자들이 벌이는 노골적인 친북활동이다. 

친북단체의 활동에 반색을 한 것은 역시 북한쪽 매체들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인터넷 선전 및 선동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측 언론 보도를 인용해 △남조선의 민중당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서울방문 환영운동을 적극 벌려나갈 입장 표명 △서울시 대학생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꽃물결대학생실천단' 결성 등을 잇달아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서울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제목의 이른바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식 선언문 소개까지 대서특필했다. 이 매체는 또한 "서울시 대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동지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꽃물결대학생실천단' 결성을 선포하였다"면서 "참가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통일의 결정적 계기로 될 것이라고 하면서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환영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백두수호대라는 단체가 대북 민간방송사에 몰려갔다.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의 칼럼을 더 이상 싣지 말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이들은 태 전 공사에게 "민족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알고 있을 것" 등의 협박성 메일을 무더기로 보냈다. 가만두지 않겠다를 넘어서 실질적인 협박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과 궤를 같이하는 '위인맞이환영단'이라는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발족식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님을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실제로 우리가 본 김정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근데 거기에 유머러스까지 한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을 맡고 있는김모(35)씨는 또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큰소리로 외친 뒤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도 곧 좋아지실 것"이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김씨는 "저는 김정은 위원장님의 열렬한 팬이다. 팬클럽을 공개 모집한다"며 "우리도 전체 국민이 새벽에 꽃 들고나와서 그렇게 열렬히 환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내용의 지하철 광고를 추진하고, 환영 현수막도 건다니 격세지감을 넘어 이런 행위를 그냥 두고 보는 정부의 속내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지지율 하락이나 청와대의 일탈, 여권 잠룡들의 몸부림보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바로 친북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내미는 종북좌파 활동가들의 공개적인 등장이다. 우리 역사는 이미 지난 100년동안 광화문에서 좌와 우의 충돌, 진보와 보수의 혈투를 경험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칼날에 도륙당한 그곳에 괴뢰의 수괴들이 인공기를 걸었던 역사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선을 넘은 칭송과 환영은 여권의 분열이나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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