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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지 확보'다. 울산의 경우 시와 5개구·군이 파악한 사업 추진지 36곳 중 공사에 들어간 곳은 2군 데에 불과한데, 사업추진이 멈춰선 현장 대부분은 토지매입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지주택 사업은 조합장 선출동의서, 조합규약, 조합원 명부, 사업계획서 등 제반서류와 사업구역 토지에 대한 토지사용승낙서(전체 대지의 80% 이상)를 갖추면 지자체에 조합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토지사용승낙서는 계약금 10% 이상만 지급하면 되는데다, 말 그대로 토지주들의 '의향'을 물어보는 데 불과하다. 남구 문수로대공원 지주택조합 한 조합원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산다고 하면 누가 싫다고 하겠냐"며 "사용승낙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무대행사들은 조합사업을 광고할 때 토지사용승낙서가 90%에 이른다며 안전한 사업이라고 홍보한다. 이후 토지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하면 사업 승인이 난다. 이 때부터 나머지 5%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매도청구 소송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때도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 사업계획을 토지매입에 3개월, 사업승인에 3개월 등 현실성 없게 짠 뒤 분양금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 과정까지 오는 데 이미 추가분담금이 발생했을 여지가 크다. 토지매입은 97%에 달하지만 사업진척은 커녕 조합원들이 하루 이자만 4,000만 원씩 내고 있는 남구 대현지역주택조합이 대표 사례다.

대현조합 한 조합원은 "토지를 95% 이상 확보했을 때 알박기를 한 지주들 요구대로 나머지 5%를 웃돈을 줘서라도 매입했다면 조합이 지금 꼴은 안됐을 것"이라며 "업무대행사와 조합장은 굳이 불필요한 10억여 원이 드는 토지매입 PM용역을 주자고 했다"며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남구 대공원에듀 조합 추진지 한 조합원은 "조합 집행부 한 인사가 한 얘기다. 토지매입 PM용역사가 이 사업지는 땅값이 비싸 사업이 안된단 얘기를 업무대행사 관련자에게 했다. 그런데도 그는 상관없다며 승낙서나 받아라. 우린 피해보는 게 없다.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하다가 지지부진 해질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업 지연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대부분 업무대행사는 조합규약을 짤 때 사업승인 전 이미 업무용역비 중 대부분을 갖고 간다. 현재 울산지역 많은 조합들은 사업승인을 위한 95% 토지 매입을 위해 추가분담금을 내거나 7.5~9%에 이르는 고이율의 브릿지대출을 받고 있다. 조합원 개인 신용이 안될 경우 가족 신용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시 가계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중구 다운조합 한 조합원은 "6년간 사업이 제대로 안됐는데, 멈추면 그동안 낸 5,000여만 원은 다 잃는 상황이라 가족 신용을 걸고 브릿지대출까지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동의율을 사업 척도로 과신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지주택 사업은 위험성이 상당히 커 단순히 토지 동의율이 아닌 사업성 판단이 중요하다"며 "초기 단계가 아닌 이미 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에 한해 해당 구청에 문의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도급분양은 착공계를 내놓고 분양을 해 분양가가 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지주택 사업은 말이 안되는 사업 계획을 짜서 사업 이익을 최대치로 높여 놓은 후에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가분담금을 물게 하는 구조"라며 "싸게 살 것이란 욕심으로 가입했다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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