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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화사한 꽃이 피었습니다. 붉은 꽃입니다. 삭막한 겨울. 12월에 무슨 꽃일까요? 선조들은 이 꽃이 반쯤 피었을 때 제일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동백(冬栢). 중국에서는 이를 산다(山茶)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다 중에 겨울에 피면 동백, 봄에 피면 춘백(春栢)이라 불렀습니다. 지금 길가에 피는 동백이 있습니다. 사실은 이 동백은 동백이 아니라 애기동백입니다. 애기동백이라. 그럼 동백과 애기동백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원래 동백은 꽃도 예쁘고, 잎도 예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꽃이 필 땐 잎이 져 주고, 잎이 필 땐 꽃이 져 주어야 조화가 이루어져 둘 다 예쁠 텐데. 둘 다 잘났다고 한꺼번에 버티고 있으니 아이가 어미를 업은 격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잎이 작은 동백을 찾았습니다. 동백과 애기동백의 첫 번째 차이점은 애기동백은 잎이 애기처럼 작다는 것입니다. 

차이점 둘, 애기동백은 11월 초쯤부터 꽃이 피어 이듬해 1월말까지 꽃을 감상할 수 있는 반면, 동백은 1월부터 꽃이 피어 4월까지 꽃이 피니 꽃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차이점 셋, 애기동백은 꽃잎과 수술이 벌어지고, 동백은 꽃잎과 수술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애기동백은 꽃잎도 통으로 떨어지지 않고 하나씩 떨어집니다. 그러니 11월에 동백이 피고 꽃잎이 벌어져 있으면 이것은 분명 애기동백입니다.

애기동백은 학명이 Camellia sasanqua 로 원산지는 일본의 중부지방 이남으로 야생 애기동백의 꽃 색은 옅은 복숭아 색인데 비해 재배되는 개량종은 빨강, 분홍, 흰색 등의 다양한 색에 수많은 원예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새해 첫 꽃 기행을 남도의 꽃 동백을 찾아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정월 초하루에 불 수 있는 꽃은 동백이 유일하기 때문이죠. 

강진 만덕산 백련사의 동백이 아름다울까요? 해남 대흥사 장춘동의 동백이 아름다울까요? 이는 종류도 다양하고, 꽃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니 우리가 직접 꽃 기행을 가 느끼는 수밖에요.
 

벌과 나비만 꽃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벚꽃놀이, 무궁화놀이, 유채놀이 등 우리 사람들도 꽃이 있으면 꽃을 찾아 즐깁니다. 봄엔 벚꽃놀이, 여름엔 무궁화놀이, 가을엔 단풍놀이가 있는데 겨울엔 무슨 놀이가 있지요? 겨울 꽃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애기동백꽃놀이입니다.

신안 압해도 송공산에 가면 한겨울 눈 속에서 5,000여 그루의 애기동백이 활짝 피어 12월의 관광객을 유혹합니다. 여기뿐만 아닙니다. 서귀포 위미리동백나무 군락지에도 40여년 자란 애기동백 군락지가 있으며, 카멜리아 언덕에는 6만 평 부지에 80여 개국의 동백나무 6,000여 그루가 제주의 겨울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향기로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울산은 어떤가요? 동백꽃 피는 남도에서 울산을 빼면 섭섭하지요. 왜냐구요? 오색팔중동백(五色八重冬栢).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물감이 번지듯 여덟 겹으로 피는 세계적인 희귀종 동백. 이 동백의 자생지가 울산학성입니다. 이 동백은 오직 울산에만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으로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친 꽃으로 유명하죠. 우여곡절 끝에 400여 년 만인 1992년 환국하여 울산시청 정원에 심어졌습니다. 그리고 울산농업기술센타에서는 2012년 삽목을 하여 2013년 증식에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울산엔 남산 은월봉 아래 이휴정(二休亭)이 있는 그 주변에 장춘오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감출 藏, 봄 春, 마을 塢. 봄을 감추어 놓았다가 겨울이 오면 그 봄을 쫙 펼지는 마을이죠. 정포(鄭?)가 쓴 울산팔영 속 이곳에는 온갖 향기로운 풀이 무성하고, 붉은 꽃, 흰 꽃이 산자락에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이 붉은 꽃이 무슨 꽃이겠습니까? 산다(山茶). 바로 동백꽃이죠. 고려시대엔 울산 태화강가에 매화, 동백이 가득했는데 지금 그 꽃들이 다 어디로 갔죠? 

울산 태화강가에 동백동산을 만드는 것입니다. 12월에 만발하는 애기동백으로 산책길을 만들고, 가운데엔 오색팔중동백을 심습니다. 그 주변엔 양화소록에 나오는 단엽홍화, 단엽분화, 천엽동백 등 우리 동백과 전 세계에 있는 아름다운 동백은 다 심는 것입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향기 나는 동백을 심어 오는 이의 발길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디에 만든단 말이요. 태화강 대공원 작약 밭에 만들면 좋겠습니다. 

당나라 어느 시인은 어떤 귀족집의 동백나무가 탐나서 자신의 첩과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 귀족집의 동백나무를 태화강가에서 맘껏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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